고리 원전을 서울 강남으로!

이순락 (2012-03-21 18:56)

지난 한 주간에도 큼직큼직한 뉴스들이 많았다. 즉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강행사건과 총선을 앞둔 정당들의 공천 소식 등이다. 그 가운데 유독 나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뉴스는 다름 아닌 고리원전 1호기 고장(정전사태)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반핵운동가도 아니고 더구나 무슨 사회단체나 정당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단지 한낱 촌로에 지나지 않지만 국민적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일반 사람들보다 원자력에 관한 것이라면 조금 더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예로서 수년 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격월로 발간하는 ‘원우’라는 잡지를 구독(애독)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고리 원자력 발전소는 부산과 울산의 경계점인 해변에 위치하고 있다. 마치 경주 양남의 월성 원자력발전소가 울산의 경주 쪽 경계지점 해변에 위치하고 있는 것과 같은 정도이다. 고리 1호기의 30Km 반경 안에 울산과 부산 시민이 무려 320만 명이나 살고 있다고 한다. 진부한 수치적 비교이긴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현의 피폭인구 18만여 명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상상하는 것조차 너무도 끔찍하지만, 고리 원전에서 만약 불행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그 320만 명 거의 전부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지역은 사람이 발을 내딛을 수 없는 영원한 불모지로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뉴스를 접하는 순간 ‘아, 정말이지 큰 일 날 뻔 했구나. 하나님께서 도와주셨구나.’라는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전에서 발전기가 고장, 정전이 되면 어떤 일이 발생되는가? 답은 이렇다. 경수로 냉각수 수온을 조절하지 못하게 되고, 온도가 올라가면 원자로가 녹아내리게 된다. 결국 일본 후쿠시마와 같은 초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으로 귀착되는 것이다. 덧입혀 설명하자면,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는 그들이 보유한 비상발전기가 3일 이상 작동하지 않아 원전 냉각이 어려워 고온에 의해 원자로가 녹아내렸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고 하지 않은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사망, 실종자 숫자가 1만 9천여 명에 이르고, 지금도 그곳 주민 16만여 명은 방사능 피폭을 피해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그네들은 입지조건이 비슷한 전북 무주군에 대대적인 집단이주를 희망하여 우리 정부 측에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원전사고가 난 지역에서는 눈앞에 농지와 바다가 있어도 농사 및 고기잡이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고리 원전 인근에 월성 원전이 있다. 월성 원전은 앞서 언급했듯이 천년고도 경주 양남에 있으며, 아름다운 해변의 양남이 후쿠시마와 연결되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고리원전 사고에 대한 뉴스를 보면 정부 당국의 대응자세는 그야말로 ‘여고 괴담’수준이다. 잇단 사고에 당국은 “시설이 오래돼서...”, ‘노후 발전기가 많아져 고장 사고가 잦아진 것 같다’ 등에서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식이다. 너무도 태연한(?)듯 한 태도이다. 톨스토이의 ‘부활’을 보면 주인공 네플류도프가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 카츄사(마슬로바)가 시베리아로 유배됨에 따라 인간적 휴매니즘으로 함께 동행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호송되는 죄수들이 열사병으로 허무하게 죽는 모습을 본 주인공의 참담한 심정을 읽지 않았던가. 즉, 감옥소 소장은 죄수가 행군 중에 죽는 것은 자기와 하등의 관계나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은 단지 죄수들을 정확하게 파악 호송담당관에게 인계해 주면 임무가 끝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찰은 경찰대로 질서유지에만 책임이 있고, 호송관은 유배지까지 호송하여 도착시켜 주면 그것으로 자신의 임무가 끝나는 것이라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공무원들의 태도이지만. 그들 각자의 책임 회피적 사고관념에 주인공은 개탄해 마지않았던가. 원전을 관리, 담당하는 지경부의 태도가 엉뚱하게도 명작 소설을 읽은 느낌을 떠오르게 하고 있음은 웬 까닭일까? 지금으로서는 공염불 같은 얘기겠지만, 4대강 사업에 투입된 예산의 반의반이라도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발전 등 친환경 녹색에너지 개발에 전용할 수 있도록 했었다면 그 얼마나 바람직한 일이 되었겠는가. 즉 4대강 전부가 아닌 낙동강 하나부터 먼저 해 본 다음에 여타 강에도 처리하겠다는 식으로 하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녹색 에너지 사업에 투자토록 했다면 청사에 길이 남을 대역사(大役事)로도 남을 수 있을 것인데... 아무튼 지금부터라도 수명연한 30년이 넘은 노후된 원전 발전기를 과감히 폐쇄시켜야 한다. 그러면서 원전 의존율을 점차적으로 좁히는 방향의 정책이 있어야 하리라. 석유왕국 아랍 에미레이트연합(U.A.E)에 ‘원전수출’의 쾌거를 이룩했다고 경천동지할 만큼 온 나라가 들썩이게 했던 일도 바로 엊그제 일인 것 같다.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우리의 원전 사고소식에 원전을 발주한 U.A.E 측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무튼 정부 측에서 마냥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발뺌만 한다면 저들에게 던지고 싶은 말이 있다. “안전에 문제없는 원전시설을 부자동네(고급관료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으로!”라고. (2012.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