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숨을 쉽시다.

문동수 (2012-02-27 10:55)

엊그제 충북 옥천에 볼 일이 있어 기차표를 예매했습니다. 경주에서 옥천으로 가는 기차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KTX를 타고 대전으로 가서 다시 거꾸로 옥천으로 내려가는 무궁화호를 타는 것입니다. 이 경우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가 됩니다. 다른 하나는 KTX를 타고 동대구에서 무궁화호를 환승하여 옥천으로 가는 것입니다. 이 경우 약 2시간 정도 소요가 됩니다. 요금은 전자가 20,000원이 넘고, 후자는 10,000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저는 당연히 동대구를 거쳐 옥천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고 기차에 올랐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시간과 공간의 효율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시간을 생각할 때에 공간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간을 생각할 때에 시간을 생각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 이후로 시간은 공간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고, 공간도 시간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공간)의 효율성을 말하면서 공간(시간)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고하는 것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흔히 추상이요, 관념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재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추상과 관념이라는 허상에 사로 잡혀 살아가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진리를 보았다고 말하는 것이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표현대로 한다면,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부류입니다. 경주에서 옥천으로 가는 길, 시간만의 효율성을 따지면 당연히 대전으로 가서 옥천으로 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상상이 이미 허상이라는 것입니다. 공간을 제쳐 둔 시간만의 효율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옥천 가는 무궁화호에서 든 생각이 하나있습니다. 이렇게 천천히 가면서 산과 들도 구경하고, 책도 보고, 많은 생각도 하고........ 이것이 더 효율적인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보니 효율이라는 것이 어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기가 효율이고, 지금이 온통 효율입니다.   교회들이 온통 시간만의 효율, 공간만의 효율이라는 우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시간만의 효율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은 성장지상주의에 목을 매게 되어 있습니다. 공간만의 효율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은 대형 지상주의에 목을 애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시간만의 효율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이 100% 공간만의 효율에 사로잡혀 있고, 그 역으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입니다. 효율을 말하려면 시간과 공간을 함께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고 한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느냐’, 또는 ‘무엇을 할 것이야’ 라는 것보다 지금 여기에서 열심히 숨 쉬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