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숙명, 우연과 필연

문동수 (2012-02-19 13:04)

목사님, 반갑습니다. 온라인에서 대화를 하니, 아주 새롭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운명론과 숙명론을 착각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단어도 아주 정확하게 구별 지을 수 있는 말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좋은 말이 될 수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거부할 수 있습니까? 이것은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그러나 내가 열심히 하지도 않고 대학에 못 가게 된 것을 운이라고 하면 이것은 부정적인 측면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자를 운명, 후자를 숙명이라는 단어로 구별을 합니다. 이렇게 보면 운명이라는 것은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은혜하고도 같은 말이 됩니다. 나에게 주어진 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주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을 하고, 상황의 노예가 되면 숙명입니다. 따라서 운명은 그리스도교 식으로 말하면, 은혜요, 은총이요, 섭리입니다. 반면에 숙명은 주로 절망과 관계된 말입니다. 이것은 주어진 여건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축구대회를 말씀하셨습니다. 축구 감독이 운을 말했습니다. 저는 그 감독이 옳다고 생각이 듭니다. 축구감독이라면 열심히 노력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패는 하늘에 달린 것이다. 이런 말이 악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열심히 노력했느니까? 잘 될 거야,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고 최선을 다하자’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관상 이야기는 좀 다른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어설픈 목사가 사람을 지옥으로 보내듯이 어설픈 관상쟁이가 사람들을 우매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관상은 사실은 과학입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이것은 관상학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웃으면 복이 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찡그린 얼굴을 웃는 얼굴로 바꾸면 운이 바꿀 수 있습니다. 얼굴에 점이 있는 사람이 점을 하나 빼도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우연과 필연,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불교는 우연과 그리스도교는 필연과 관계 지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자에 과학자와 신학자들 간에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이런 식의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불교는 빼고 그리스도교 안에서만 말해 보겠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이 세상에 보낸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우연이라고 말하면 십중팔구 신앙이 없는 사람 취급을 받거나 성경을 모르는 사람으로 오인을 받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신 것은 필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을 인간으로 그리는 오류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전문적인 말로는 하나님을 인격신 안에 가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인격신을 넘어서는 분이라면(!), 그 분 안에는 우연이나 필연, 이런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람은 부는 대로 분다고 했던가요. 하나님은 완전한 자유입니다. 완전한 자유이신 그분이 어떤 것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자유도 아니요, 하나님도 아닙니다. 필연에 사슬에 매인 하나님 비슷한 금송아지(?) 정도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인격신을 넘어서는 하나님 안에서 말한다면, 내가 이 세상에 오게 된 것은 그 분의 자유로운 흘러 넘침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연일까요, 필연일까요? 이런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는 뜻입니다.   주일 잘 마무리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