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날에’

박정철 (2012-03-17 23:49)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자 우편에 앉으셨느니라 너희가 피곤하여 낙심하지 않기 위하여 죄인들을 이같이 자기에게 거역한 일을 참으신 이를 생각하라’(히 12:2-3)   겨울이 지났다 싶은 데도 여전히 그 속에 있는 듯 춥기만 하다. 봄과 함께 찾아온 꽃샘추위로 인해 봄의 기운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이 글을 쓰는 금요일에는 낮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지금 이 밤이 깊어져 가는 때에도 추적거리면서 내리고 계속 내리고 있다. 이러한 날들에 있어서 흐트러지지 않도록 나를 잘 잡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생각해 본다.   낮에 비가 내리는데 아내가 그런다. “아, 이런 날에는 파전에 칼국수 한 그릇 먹어야 되는데.” ‘그래. 그렇지 이런 비 내리는 날에는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툼한 파전을 먹으면서 칼국수 한 그릇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앉아 지난 추억에 빠져 한바탕 박수치고 웃고 나면 세상사는 맛이 더 없이 날 것인데.’   비가 계속해서 내린다. 커피 한 잔을 타서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눠 마시면서 여운을 즐긴다. 목회자로 커피가 제일 맛이 있을 때는 설교준비를 하면서 마실 때이다. 말씀을 앞에 두고 깊은 생각에 잠기면서 마시는 한 모금의 커피는 말씀의 향을 더 진하게 뿜어내게 하는 듯하다. 바로 이때가 목회자로서 아주 행복할 때다. 가난한 목회자의 큰 재산이라고나 할까.   이런저런 상념에 젖다 보니 군대 생각이 난다. 커피 한 잔과 초코파이 한 봉지에 행복했었던 신병교육대에서의 주일 예배 후. 세상에서 이것보다 더 맛 나는 것이 어디 있겠나 싶을 정도로 황홀했었던 그때. 추운 겨울날 눈물의 예배를 드리고 난 후에 주어졌던 커피와 초코파이. 그때의 추억이 비와 함께 찾아든다.   사순절 기간이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것들 앞에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묵상해 본다. 붉은 네온싸인의 십자가 위로 봄비가 쏟아지고 있는 이 밤에, 우리를 향한 긍휼하신 하나님의 눈물인 듯 내리고 있다.   낮 동안 커피로 채워지고 파전과 칼국수로 채워졌던 속이 오늘 이 밤에는 십자가의 주님으로 가득 채워져 평안이 넘쳐났으면 이 세상에서의 가장 행복한 날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