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는’

박정철 (2012-03-03 16:17)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에는 꽃을 치워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아 2:10-13)   그저께 운동장에서 벌 한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야, 벌이구나!’ 싶은 게 이제 봄이 왔음을 알 수가 있었다. 아직 찬바람이 다 가시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운동장에는 뛰어노느라 더운지 아이들의 반팔차림을 보면서 웃음을 지어보았다.   오늘은 어젯밤에 이어서 비가 내린다. 봄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울비가 칭했었는데 이제는 완연한 봄비다. 며칠 간격이지만 내리는 비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봄비는 적셔지고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봄비로 내리는 성령’ 찬송 가사도 생각이 나고.   아직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냉이며 쑥이며 봄나물들이 한창 자라고들 있을 생각이 하니 괜히 기분이 좋다. 어릴 적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칼 한 자루에 비닐 한 봉지를 들고 들녘으로 나가 냉이를 캤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은 늘 새롭고 구수해서 봄이면 늘 새록새록 자리 잡고 있는데, 짬을 내서라도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냉이를 캐러 한 번 다녀와야겠다.   봄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좋다. 봄을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이 더없이 좋다. 추운 겨울을 보내느라 모두들 참 힘들었을 것인데 이제 봄이라니 너무 좋다.   겨우내 즐겨 입던 옷들도 이제는 그 무게가 느껴지고, 추운 겨울 새벽 교회당을 데워주던 히터 바람도 털고 좀 지나면 답답하다. 이제는 무겁게 다가오고 답답하게 여겨지는 것들과의 작별을 고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까지 추위는 다 떠나가지 않고 꽃샘추위는 다가올 것이지만 그래도 새 봄의 문턱에서 흥겨운 새소리들과 촉촉이 내리는 봄비의 향연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 교향곡이다.   그러고 보니 다가오는 월요일이 겨우내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이런 봄날에 우리도 깨어나야 하겠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한껏 기지개를 켜야 되겠다. 그간 짓눌리고 힘들었었던 추운 겨울의 무게를 떨쳐내고 새 봄을 맞아 새롭게 일어나야 되겠다.   이 좋은 봄날에 냉이가 든 된장국이며 쑥국이며 달래 무침으로 입맛을 돋우어가는 한 편 성도들에게 영적으로 신선한 말씀의 양식을 한 번 식탁에 올려 놔 봐야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