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나기’

박정철 (2015-07-18 13:08)

‘이 모든 일에 전심전력하여 너의 성숙함을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게 하라 네가 네 자신과 가르침을 살펴 이 일을 계속하라 이것을 행함으로 네 자신과 네게 듣는 자를 구원하리라’(딤전 4:15,16)   좀 움직이고 났더니 온 몸에 땀이 흠뻑 젖는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니 기분까지 개운하다. 여름이다. 이 여름에는 손에 땀이 많은지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연신 땀을 닦아내야만 한다.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도 수건은 필수품이다. 차를 몰 때에도 끈적거리는 손 때문에 꼭 목장갑을 껴야만 할 정도다. 서서히 방의 온도가 높아져가는 것을 보면 태풍이 지나가기가 무섭게 폭염과 열대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무더운 여름은 핑계대기 좋은 계절이다. 개 팔자가 상팔자로 보이는 때다. 지금껏 살면서 보게 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것이다.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일 년의 남은 시간들이 달라지는 것을 많이 봐 왔다. 더운 날을 핑계로 해이해지면서 계속해서 그 생활을 연장해가는 것을 봐 온 것이다. 때문에 이 여름나기는 내게 있어서나 나와 함께 하는 이들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단 이 여름에는 육신적으로 잘 먹어야 한다. 피곤하여 지치기 쉬운 때이므로 대충 물 말아서 한 끼를 때워갈 것이 아니라 신경을 써서 잘 먹도록 해야 한다. 이 여름에 더 건강을 잃지 않도록 음식과 수분을 잘 섭취해야만 한다.   또한 신앙생활의 건강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영혼의 허기가 지지 않도록 기도와 말씀 가운데 그 분량을 채워가는 것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열치열이라는 말처럼 이 뜨거운 여름날에 더 뜨거운 심령으로 불타오를 수 있도록 경건의 삶을 잘 유지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그래서 오히려 이 여름에 우리의 믿음도 교회도 훌쩍 커버려야 하겠다.   들녘의 곡식들이 이 여름에 각자의 자리에서 잘 자라가고 있다. 잘 여물어들 가고 있다. 교회당 화단에 곱게 자태를 드러낸 상사화도 이 때가 아니면 안 되는 줄 알아 뜨거운 태양빛을 온 몸으로 받아낸다. 지금쯤 고향집 포도밭에서는 포도가 알알이 잘 익어가고 있겠다. 여름 햇볕의 은혜를 풍성히 받아 단맛을 품은 채 잘들 익어가고 있을 것이다. 여름을 이겨가고 있는 탐스런 열매들 속에서 내 모습과 우리 교회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