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매기’

박정철 (2015-07-11 10:36)

‘이에 가서 저보다 더 악한 귀신 일곱을 데리고 들어가서 거하니 그 사람의 나중 형편이 전보다 더욱 심하게 되느니라 이 악한 세대가 또한 이렇게 되리라’(마 12:45)     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 풀매기를 할 때가 종종 있었다. 밭이 크면 풀을 매는 날이 며칠이 된다. 오뉴월 뙤약볕 밑에서의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은 힘든 작업이다. 눈은 앞서가는데 손은 그 눈을 따라가지를 못해 힘겨워 할 때에 어머니께서 해 주셨던 말씀이 있다. “눈아, 겁내지 마라. 손이 간다.”   지금도 그 말씀이 삶의 귀한 가르침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그 넓디넓은 밭의 풀을 눈으로 보다 보면 ‘어느 세월에 다 매겠는가’ 싶을 것이지만 손을 부지런히 놀려서 움직이다 보면 다 매게 될 때가 꼭 온다는 것이다. 차근차근 끈기 있게 가다 보면 마침내 이룰 때가 오게 되는 것이다.      몇 주 전에 양남 장터에 가서 먹을거리가 될 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사다가 교회 텃밭에다가 심었다. 그때 상추씨도 같이 가지런히 두 줄로 해서 뿌려놓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는데 보니 기대하고 있던 상추보다는 잡풀이 먼저 그곳에서 자라나는 것이 아닌가.  ‘이러면 안 되지’ 싶은 마음에 풀을 뽑고 나니, 좀 지나서는 태아의 손만한 작은 상추 잎사귀들이 꼬물꼬물 흙을 헤치며 올라온다. 그것이 여간만 귀엽고 신기한 게 아니다. 심고 가꾸고 거두는 재미가 이 작은 텃밭에서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마냥 놀라움이다.   오래 전, 고향집 포도밭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위쪽으로 해서 다른 집 포도밭도 있었다. 그런데 한 해는 어찌된 일인지 주인이 신경을 영 쓰지를 않는다. 그러니 제 때에 매줘야 할 풀이 자라나는데 포도밭인지 풀밭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다음 해에 보니 더 가관이다. 한 두 해 묵혀 놓은 포도밭이 이제는 온갖 잡풀과 잡목이 우거져 마치 황무지 들판을 보는 것 같았다.   뿌리고 심어놓는 텃밭에서 뿌리지 않은 잡풀들이 하루가 다르게 웃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내 마음밭을 보게 된다. 믿음을 심고, 소망과 사랑을 심어놓은 밭에 뿌리지도 않는 불신과 절망, 미움과 무관심이 같이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좋은 열매를 어떻게든 맺히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악한 것들이 못된 것들을 덧뿌리고 있는 것이겠다. 그러기에 풀매기를 잠시라도 쉬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는 대로 뽑고 또 뽑아야 할 것인데, 잡풀이 뿌리를 깊이 내리기 전에 시간 시간마다 돌아보며 풀매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