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박정철 (2015-08-08 07:43)

‘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이시라 여호와께서 네 오른쪽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낮의 해가 너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지 아니하리로다’(시 121:5,6)     보통 더위가 아니다. 집사람이 내게서 고기 타는 냄새가 난단다. 육즙도 나온다 해서 웃는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광야에서의 그 불볕더위에는 비할 바 못되겠지만 그래도 해가 갈수록 더해지는 듯한 한 여름 날의 무더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주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니 “올 들어서 제일 더운 날이다.”라고 하신다.   광야와 같은 우리네 인생길이라 뜨거운 바람에 거친 호흡이 쏟아진다. 육신의 장막에 싸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생들인지라 힘겹고 고달픈 우리네 삶들이 아닐 수 없을 것인데, 이런 세상살이 속에서 찬송가 한 곡이 떠오른다. ‘괴로운 인생길 가는 몸이 평안히 쉴 곳이 아주 없네 걱정과 고생은 어디는 없으리 돌아갈 내 고향 하늘나라’   그래도 이러한 때에 매미의 울음소리는 그 기세가 대단하다. 이래야 여름을 보낼 만 하고, 이 정도는 되어야 소리칠 만 하지 않겠느냐는 듯 지치지도 않고 그 기세를 높이고 있다. 힘을 내라고 응원해주고 있다.   교회당 바깥에 채광막이 설치되어 있다. 그 채광막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고 편안하다. 지난주 교회학교 어린이부에서 성경학교 때에 아이들이 그 밑에서 얼마나 웃으면서 신나게 뛰놀았던가. 뜨거운 한 낮의 뙤약볕에 차를 대놓기도, 달구어진 차를 타기도 겁이 나는 때이지만 이제는 서둘러 그 채광막 그늘 사이로 빠져 들어간다.   그 아래에서 생각에 잠긴다. ‘나는 누구에게 그늘일까.’ ‘내 그늘 아래에서 얼마나 쉴 수 있을까.’ ‘처자식도 쉬기 버거운 박 넝쿨만한 그늘이지는 않을까?’ ‘아니면 양남 솔밭의 소나무 그늘만 할까.’   오늘도 모두들 그늘 아래로 찾아들고 있다.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양산을 받쳐 들고, 가로수 아래에 머물러 있다. 그 그늘에서나마 잠시 쉬고 싶은 것이다. 어떤 여자 분이 신호등을 기다리다 한 남자에게 바짝 붙는다. ‘왜 그러느냐’는 듯 쳐다보니 계면쩍은 표정으로 그랬단다. “너무 더워서 그늘을 찾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죄송합니다.”   지금도 매미 소리는 요란하다. 어릴 때 매미가 우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었던 것처럼 오늘도 그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고 싶다. 주님의 십자가 그늘 아래에서 편안히 쉬고 싶은 날들이다. 새 찬송가 415장의 1절 가사다. ‘십자가 그늘 아래 나 쉬기 원하네 저 햇볕 심히 뜨겁고 또 짐이 무거워 이 광야 같은 세상에 늘 방황할 때에 주 십자가의 그늘에 내 쉴 곳 찾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