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주의(靈知主義)

문동수 (2015-06-20 10:49)

몇 년 전, 필자를 보고 영지(靈知)주의자라고 비판한 목사가 있었다. 필자가 아는 목사님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 목사님께서 하는 말, “목사님께 영지(靈知)가 있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는 말을 해서 박장대소를 하고 웃은 적이 있다. 영지주의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생긴 고유한 단어가 아니다. 그노시즘을 번역한 단어가 영지주의다. 그노시즘은 그리스어 ‘앎, 지식’을 뜻하는 “그노시스(γνοωσις)”에 ‘주의’를 뜻하는 ‘이즘’을 붙여서 만든 말이다. 원래의 뜻은 “지식주의”를 뜻하는 말이다. 반면에 “영지주의(靈知主義)”라는 말의 본래의 뜻은, 하나님의 품성을 뜻하는 영(靈)과 지식이라는 말(知), 그리고 주의가 붙어서 된 합성어이다. 그래서 이 뜻은 “하나님의 지식주의”를 뜻한다. 요새 “웃프다”는 신조어가 있다. 웃기면서도 슬프다는 뜻이다. 정말 웃기면서 슬프다. “지식주의”가 “하나님의 지식주의”를 혼용해서 쓰고 있다. 본말이 전도되었다. 뜻과 내용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영지주의라는 말을 쓰지만,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사용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지식주의가 영지주의로 바뀌었고, 실제의 그 뜻은 교리를 믿지 않으면 영지주의라고 낙인을 찍어 버린다.   이렇게 잘못 사용되고 있는 단어 ‘영지주의’, 단어를 바꾸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의미를 잘 설명하고 이해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아주 오랫동안 이 문제도 고민을 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차라리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설명하는 방식으로 해 보겠다. 단어가 뒤 엉켜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본래 그노시즘을 뜻하는 것은 “영지주의(그노시즘)”로 사용하기로 하겠다. 영지주의(그노시즘)의 가장 큰 특징은 첫째, 인간은 물질계과 정신계로 나누어 놓고, 물질계는 가치 없는 것으로, 정신계는 가치 있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물질계 안에 갇혀 있는 정신을 구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두 번째, 구원의 방법은 지식(그노스)이다. 그노시즘은 올바른 지식만이 육체에 갇혀 있는 정신을 구원할 수 있다고 본다.   그노시즘과 대비되는 성경의 언어는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과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다.(이하 하나님을 아는 지식) 그노시즘과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차이는 간단하다. 그노시즘은 지식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고,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지켜 행하는 것”이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7:21) 바울은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말고는 모든 것을 오물로 여긴다고 했다.(빌3:8) 정리하자면, 그노시즘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고,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하나님의 뜻을 지켜 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하나님의 뜻을 몸으로 구현하지 않으면 전부 그노시즘이다. 구현할 수 없는 사상들을 펼치는 것도 그노시즘이다. 참다운 영지주의는 하나님의 뜻을 몸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노시즘과 영지주의의 본래의 뜻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기독교는 한 술 더 떠서 교리를 신봉하지 않으면 그노시즘이라고 정죄를 한다. 대한민국 기독교의 대표적인 교리가 부활, 구원, 심판, 영생, 등등이 있다. 필자도 아주 오랫동안 이런 교리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교리들을 몸으로 구현하자는 것이 그리스도교가 아닌가? 몸으로 구현하지도 않는 부활교리, 구원교리, 심판교리가 그노시즘이 아닌가? 부활은 몸으로 증언하는 것이다. 구원도 몸으로 증거하고, 심판도 몸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몸으로 구현되지 않는 사랑들이 그노시즘이다. 그렇게 본다면, 대한민국 기독교야 말로 그노시즘 일색일지도 모르겠다. 바울은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능력에 있음이라.”(고전4:20)고 했다. 고린도교회가 말로만 떠드니 이런 말을 한 것이다. 능력은 ‘뒤나미스’, 영어로는 ‘다이나믹’, 다시 우리말로는 ‘역동성’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몸으로 구현되고 체현되는 그곳에 있다. 내가 몸으로 구현하고, 체현하는 것이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다. 주둥이로만 떠들고, 교리 문구를 들이대면서 옳으니, 그르니 하는 작자들이 그노시스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