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의 평화
멀리서 보면 그리움과 아쉬움뿐입니다.
오늘 주보를 복사하던 장로님의 아들이 자전거를 타고
강릉에서 부산까지 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새론교회에 있을 때
이맘때쯤 가끔씩 자전거를 타고 추풍령을 넘어오던 대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저녁 무렵에 힘들게 고개를 넘어 십자가를 보고 찾아왔다고들 합니다.
하룻밤 자고 갈 수 있겠느냐고...
내 아들이 대학을 가기 전에는
내 아들이 대학을 가서 이렇게 자전거 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그들을 재워주었습니다.
내 아들이 대학을 들어가고 난 뒤에는 어디선가 잠잘 곳을 찾는
내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들을 재워주었습니다.
아침에 몇 시쯤 갈 건지를 물어보고, 그 시간에 교회에 와서
명월감자탕에 가서 해장국을 같이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젊음이 부러웠습니다.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장로님의 아들이 교회를 찾아가니 다 문이 잠겨 있었고,
마을 회관을 갔더니 별로 달가워하지 않아서
찜질방을 이용했다고 해서 웃었습니다.
아마도 요즘은 교회에도 귀중품이 많아져서 문을 잠그나보다 하고 말했습니다.
말해놓고 보니 나도 새론교회 있을 때, 집에 갈 때는 꼭 문을 잠그고 갔습니다.
내가 만난 아이들보다 닫힌 문을 두드리다 실망하고 무겁고 지친 몸으로
찜질방으로 간 아이들이 더 많았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명월감자탕도 없어졌고, 나는 새론교회를 떠나
저녁일몰을 뒤로 하고 자전거를 타고 오는 아이들을 볼 수 없습니다.
혹시 그런 아이들을 만나면 기쁜 마음으로 문을 열어
재워주고 대접하는 즐거움을 놓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월요일 임시노회를 하는군요.
마음 쓰이는 문제들이 잘 정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비가 오는 토요일 그리움을 담아 경북노회원들에게 인사드립니다.
평안하십시오.
멀리 충남 서천의 기복마을에서 김진철 드림
|
김진철 (2015-07-11 1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