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야, 고맙다.”

박정철 (2015-07-03 21:52)

‘그 중의 한 사람이 자기가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돌아와 예수의 발 아래에 엎드리어 감사하니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열 사람이 다 깨끗함을 받지 아니하였느냐 그 아홉은 어디 있느냐’(눅 17:15-17)   지난 목요일, 저녁을 먹고서도 날이 밝아 바닷가로 향했다. 파도소리는 여전히 정겹고 바람이 불어 있어서 좋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가족들과 연인들이 바다를 벗 삼고 있는데, 좋은 벗에게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배워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가까이에 바다가 있어서 참 고맙고 감사하다.   다가오는 주일이 맥추감사주일인데, 얼마나 내가 주어진 삶에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든다. 넘치는 바닷물과 같은 감사로 채워져야 마땅할 것이건만 그저 무심하게 지내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은혜에 대한 고마움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는지, 자격이 되고 받을 만 하다는 생각에 빠져 있지는 않는지, 그 못된 생각이 두 다리를 쭉 펴고 누워 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러한 것이 결국 나를 좀 먹는 것이겠다. 결국은 나를 해하는 악한 영의 강력한 무기가 아니겠는가.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마치 대단한 사람인 냥 베푸는 은혜에 익숙해져 버린 못난 모습으로 우쭐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조심스럽다.   ‘린다 피콘’의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에 나오는 글이다. ‘친절을 베풀고 배려해 준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가. 감사 카드나 전화를 해 줄 생각은 못하는가. 입장을 바꾸어 누군가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을 때 얼마나 흐뭇했는지를 생각해 보라. 감사에 보답하는 것은 단순히 예의나 체면이 아니라 그 자체로 친절이며 사려 깊은 행동이다.’   예전 고향집에 있었을 때다. 누군가가 음식을 가져다주실 때가 있다.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그 음식에 손이 먼저 가고 있는 내가 무안하리만큼)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나. 야야, 기도하자. 기도해.” 하시면서 주저 없이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음식을 대접해 주시는 분에게 감사합니다…”   어느 정도 나도 나이가 들어서일까. 예전에 아버지께서 보이셨던 그 모습이 크게 와닿는다. 나 역시 이제는 자식들 앞에서 진심어린 기도를 보여줘야 하겠다. 귀한 마음으로 대접하는 그 손길들에 대한 고마움을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기도해 갈 수 있다면 어느 정도 나이 값은 하고 사는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