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것에서’

박정철 (2013-11-16 12:14)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 내 속에 있는 것들아 다 그의 거룩한 이름을 송축하라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의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시 103:1,2)   두툼한 겨울 외투를 푹 뒤집어쓰고 바닷가로 향했다. 나만의 깊어질 수 있는 시간이랄까. 얕은 호흡에 감정적이던 모습이 깊게 호흡함으로 감성적으로 변해가는 시간이랄까. 늘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많은 시간 함께 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오늘 이 시간만큼은 두 눈을 감고 파도 소리에 몸을 싣는다. 그간 참 고마웠다는 인사를 건네 본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지켜봐주던 주님 같아서 고마웠고, 넓은 품으로 안아주는 어머니 같아서 고마웠고, 보지 못할 때 보게 해 준 스승 같아서 고마웠고, 흐트러질 때마다 마음을 잡아 준 듬직한 친구 같아서 고마웠고….   남매를 둔 듯한 한 가족이 바다 쪽으로 향한다. 밀려드는 파도를 피해 젖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 같더니 어느 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들 신을 벗어서 발을 담근다. 차가울 텐데도 모두들 신이 나는 모양이다. 엄마는 연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행복을 담고, 사랑을 담고, 감사를 담는다. 이렇게 살면 되지 사는 게 별 거냐 싶은 모양이다.   그 가족들을 두고 옆으로 지나가는 연세 드신 한 분이 있다. 좋은 수석을 찾는 모양인데, 몸을 굽혀 몽돌을 향해 있다. 수없이 많이 널려져 있는 그 돌들에게서 마음에 드는 돌들을 주울 모양이다. ‘몇 개라도 주울 수 있으려나.’ ‘몇 개라도 주워갔으면 좋으련만.’ 찾는 것이겠지. 좋은 것은 그렇게 찾아지는 것이겠지. 그러면서 기뻐하고 흥겨워하면서 살아가는 것이겠지.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던 청년이 쓴 수기에 보면 ‘반짝이는 햇빛이 그렇게 고맙고, 공기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고, 밥알 하나하나가 그렇게 맛이 있을 수가 없고, 부모와 친구들의 위로와 격려의 말이 그렇게 큰 힘이 되고’ ‘이런 특권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적어놓고 있다.   2013년 추수감사주일을 앞둔 금요일 오후, 넘치는 은혜에도 부족한 감사로 무덤덤해져 버린 심령에 바다를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