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에게 검문을 받은 날

조영식 (2013-11-03 09:24)

참 오랜만에 경험해본다. 경주 가는 길에 양북면에서 군인이 전투복에 총을 차고 얼굴에 얼룩칠을 하고 차를 세웠다. 그리고 검문을 한다고 했다. 왜 하느냐고 물으니 훈련이란다. 군인이 민간인을 검문하는 훈련도 있나?? 군사정부 때에 국민을 겁주기 위해서 이런 검문이 자주 있었다. 통치자들이 통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국민들을 겁주고 협박했던 시대가 있었다. 그때에 모든 공권력은 국민을 위협하는 수단이 되었다. 간첩도 조작되던 시절이다. 민주주의를 외치던 국민이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빨갱이가 되던 때가 있었다. 통치자의 통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껄끄러운 인물을 몰래 죽이기도 하고, 잡아다가 고문을 하고 간첩을 만들어 정식 재판 절차도 없이 사형시킨 적도 있었다.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한 분들 중에 지금에 와서 무죄라고 밝혀지지만 죽은 자는 그저 억울할 뿐이다. 나는 그런 시대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아니다. 좀 불편했지만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잡혀간 사람들이 있었지만 잡혀갈 만했으니까 잡혀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 돌아가는 것이 보이고 사람 사는 모습이 보이니 자꾸 마음이 쓰인다. 요즘에 지난 대통령 선거에 국정원이 개입되었다고 하고, 국방부가 개입되었다고 하고, 국가 보훈처가 개입되었다고 한다. 조직적으로 개입되어 여당대표를 도왔다고 한다. 선거가 반칙이 아주 없을 수는 없겠지만 반칙이 심했다는 느낌이다. 그것을 수사하던 검찰은 물갈이가 되었다. 국민 중에는 승자도 있고 패자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선거결과일 뿐이고 그 다음은 모두가 승자가 되게 하는 화합의 정치가 필요하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고칠 것은 고치면 된다. 그러면 비록 반대했던 사람도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화합과 설득보다는 반대를 하지 못하게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느낌이다. 가장 쉬운 통치 수단은 상대를 두렵게 만드는 것이다. 두렵게 하여서 반대하지 못하게 하고 따라오게 하는 방식이 가장 쉽다. 통치자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선호한다. 독일에도 나치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일본에도 제국주의에 대한 그리움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의 군사정부를 그리워하며 그때가 좋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시대는 분명히 통치술이 발달한 시대이다. 지금 이 시대에도 권력자가 과거의 통치술로 힘을 쓰기 시작하면 국민이 두려워할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방법이 의외로 쉽고 잘 먹힌다. 이념적인 색깔 공세를 이용하는 방법. 남 북간 긴장관계를 만들어서 두려움과 긴장을 고조시키면 거의 먹힌다. 불열과 갈등이 통치하기에는 더 좋다. 화합이 깨어져야 통치가 수월하다. 결속력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날 검문 받은 것으로 인해 별 생각을 다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