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

박정철 (2013-10-05 20:20)

‘능히 모든 성도와 함께 지식에 넘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 그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엡 3:18,19)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를 향해서 마음을 넓히라 했는데, 바울이 보기에 그들의 마음이 좀 더 넓혀지기를 원했던 모양이다. 그 바울이 오늘 나를 향해서도 마음을 넓히라 할 것 같다.   좁아터진 마음에 힘겨울 때가 있다. 괜한 일에도 화를 내고 목소리가 높아질 때가 있다. 작은 것 하나 용납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싫어질 때가 있는데, 그냥 봐주기만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 수 있는 것에도 무슨 그렇게 토를 달고 입을 대고 싶은 것인지 원.   좀 허허로워질 수는 없는 것일까. 바람처럼 지나쳐갈 수는 없는 것일까. 며칠 전 새벽에 이런 기도가 나온다. “하나님, 저로 온화한 말을 하게 하시옵소서. 온화한 마음을 주시옵소서. 나이가 들면서 서운한 것과 못마땅한 것들이 많아지지 않게 하시고 모난 것들까지 품어내는 온화한 성품을 가져가게 하시옵소서.”   늦은 밤 바닷가로 향했다. 쌀쌀해진 날씨로 꽤 춥다. 저 멀리에서는 오징어 배들은 가로등을 이루듯 환하게 바다를 밝히고 있고, 해변에서는 게들이 솔솔찮게 나오는지 게 낚시를 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 어디서인지 라면 끓이는 냄새가 진동하는데, 그 라면에 게 몇 마리 넣어 푹 삶아서 먹으면 참 맛있겠다.   이런 날에도 저마다 자신들의 삶을 살아내고들 있다. 오징어를 잡고 게를 잡아 올리면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채워가고들 있다. 좀 지나면 뎅그러니 바다만 남아 있을 것인데.   세찬 바람을 맞으면서 약해지는 내 모습은 아닌지 돌아본다. 많은 생각들과 얕은 생각들로 더 깊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은 바다를 보면서도 깊어지지 못하고, 먼 바다를 보면서도 멀리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바다는 언제나처럼 우렁찬 파도소리로 넘쳐나고 있다. 보여주고 들려주고 품어주고 맞아주면서 오늘 이 밤에도 그 마음이 참으로 깊고 넉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