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과 촐랑’

박정철 (2013-09-14 17:27)

‘그런즉 서서 진리로 너희 허리띠를 띠고 의의 호심경을 붙이고 평안의 복음이 준비한 것으로 신을 신고 모든 것 위에 믿음의 방패를 가지고 이로써 능히 악한 자의 모든 불화살을 소멸하고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라’(엡 6:14-17)   늦은 오후, 바다 바람이 시원하다. 찾아올 때마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바다가 고맙다. 늘 같은 모습으로 그 어떤 모습으로든 받아주는 바다가 있어 행복하다.   바람 따라 출렁거리는 바다를 보며 성령의 바람으로 내 심령의 바다도 일렁거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일상의 삶을 일렁거리는 심령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모든 날들이 특별할 수 있을 것인데, 난 오늘 어떤 모습일까.   날 움직여가는 것이 무엇인가. 강아지마냥 촐랑거리는 삶이지 않을까 싶은 것이 언제나 두려움이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쉬고 싶을 때 쉬고, 자고 싶을 때 자는 육체의 소욕을 좇아 살아가는 모습이지나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육신의 생각은 사망일진대, 사망의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체 이전의 삶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모습은 아닐까.   한 번은 아이들이 아빠를 위해서 노래를 불러준다. “아빠는 먹기 위해 태어난 사람 / 남아 있는 음식을 남기지 않죠.” 그러는데 웃음이 터져 나온다. 버려지는 것이 아까워 주섬주섬 먹다가 보니까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마치 먹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보여졌나 보다. 그래도 그 노래를 듣고 있자니 마냥 웃음만 나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날 오후, 해변 육각정에서 중년의 남녀들이 화투놀이에 여념이 없다. 마냥 어린 아이들처럼 좋아하는 모습들이다. 지금껏 저들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무엇으로 기뻐하고 무엇으로 아파했을까. 무엇으로 채워지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을까. 만족할까. 행복할까. 물어볼까.   오늘 이 벤치에 앉아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나를 두고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질까. 누군가 다가와 ‘행복하냐’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난 어떤 대답을 내어놓을 수 있을까.   시원한 바람에 바다는 출렁거리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촐랑거리지 말라고, 촐싹거리지 말라고 철썩 철썩 파도가 그 소리를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