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치던 날 오후에’

박정철 (2013-08-10 18:05)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따라 아무 일에든지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 지금도 전과 같이 온전히 담대하여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게 하려 하나니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빌 1:20,21)      지난 화요일, 차를 타고 가는데 극동방송에서 찬양이 흘러나온다. ‘내 안에 사는 이 예수 그리스도니 나에겐 죽음도 유익함이라 그는 나의 왕 나의 노래 나의 생명 나의 기쁨 그는 나의 힘 나의 승리 나의 평화 나의 주’ 이 빌립보서의 말씀은 은혜 받는 말씀 중의 하나요, 가사로 붙여진 찬양도 학창 시절 때부터 즐겨 부르던 곡이라 함께 조용히 따라 불렀다. ‘나에겐 죽음도 유익함이라’ 그 가사에 감동이 되어 ‘정말 내가 죽음까지도 주님께 드리며 충성해야지’ 그런 마음의 결단도 곁들여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에 기후가 많이 불안정해서 벼락을 동반한 번개와 천둥이 치기 시작한다. 얼마나 벼락이 세게 치던지, 칠 때마다 두려워서 나도 모르게 절로 고개를 숙였다. ‘혹시나 그 벼락에 맞아서 죽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마르틴 루터도 옆에 같이 가던 친구가 벼락을 맞아 죽는 것을 보면서 두려워하여 하나님께 자신을 드리기로 서원했다는데 말이다.   금방까지도 주님을 위해 죽음까지도 불사하고 기꺼이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던 베드로의 심정이었는데, 벼락을 치는 것으로 혹시 죽을까 싶어 베드로처럼 숨어들었던 모습에게 자신이 참 부끄러웠고 주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마음의 결단이 곧바로 삶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에서, 지금까지 주님 앞에서 떠벌리고 큰소리쳤던 것에 대한 죄송스러움이었다. 지난 화요일 오후에 그 벼락을 통해서 주님께서는 지금의 내 모습을 사진 찍듯이 보여 주신 것이다.   ‘날마다 나는 죽노라’ 했던 바울의 고백처럼 날마다 나를 죽여가지 못하면 벼락 앞에서도 죽을까 두려워하는 모습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 속에 흐르는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지 않으면 나 자신 역시 세상의 다른 여타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인생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나의 가난함과 남의 부요함에도 실망하지 않고 부럽지 않는 삶 속에서 진정 죽음도 넘어서는 승리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또 다시 떠벌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