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갑니다.

박정철 (2013-08-24 12:54)

‘사람들이 사는 동안에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는 줄을 내가 알았고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도 또한 알았도다’(전 3:12,13)      그간에 더워도 정말 너무 더웠다. 그냥 있어도 흐르는 땀으로 힘들 수밖에 없었던 나날들이었는데, 그래도 이 여름에 큰 무리 없이 모두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삭 패는 모습에 감사가 나온다. 너무나도 더웠던 여름이 막바지로 흐르는 때에 이삭 패는 들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지치고 메말라 버려 아무 힘도 나지 않을 것 같아 보였던, 아무 것도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던 그러한 때에 왕성한 생명 활동을 계속해 온 그곳을 바라보니 그저 놀라움이요 감격이요 기쁨이다.   그렇다.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감동은 무더위 속에서 나오는가 보다. 늘어질 것 같은 자리에서 늘어지지 않고 힘써 살아 온 이들을 통해서 감동은 주어진다. 힘든 고통의 자리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묵묵하게 그 자리를 버텨내고 지켜내고 살아낸 이들에게 주어지는 하늘의 큰 선물이지 싶다.   잠자리에 누웠더니 어느 새 가을밤이다. 한낮을 뜨겁게 달구던 매미소리는 가을 풀벌레들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걷어차던 이불도 끌어당기느라 애가 쓰이는데, 세월은 그렇게 겹쳐서 흐르나 보다. 그저께부터 쉼 없이 내리는 이 비로 가을은 성큼 우리들 가까이로 찾아들 기세인데, 너무나도 정겨운 빗소리가 한다는 말이 그렇다. “이제 내가 너희와 함께 할 것이니 남은 한 해의 삶을 잘들 살아보자.”   이제 2013년도도 벌써 삼분의 이가 다 흘러가고 있다. 계획하고 다짐했던 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이 여름과 함께 훌쩍 지나가 버렸다. 오늘 부는 이 서늘한 바람이 얼마 있지 않아 추운 겨울 찬바람으로 불어 잇게 될 것인데, 세월이 바람처럼 빠르고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다. 늘 똑같은 질문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남은 한 해의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늦은 여름, 이삭 패는 들녘을 바라보며 인생은 열매로 남겨줘야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희망과 기대로 열었던 새해는 날이 가고 달이 가면서 성숙한 열매로 남겨줘야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