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박정철 (2013-08-17 17:29)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엡 4:27)      이번 여름 성경학교 프로그램 마지막 순서가 바다와 함께 하는 것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들뜬 마음으로 튜브를 하나씩 목에 걸고는 바다를 향해 갔다. 가니 드넓은 푸른 바다가 ‘가까이에 있으면서 왜 그렇게 진작 찾아오지 않았느냐’고 인사를 건넨다.   아이들은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저마다 구명조끼를 입고는 바다를 향해 뛰어든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 날의 해수욕은 여간만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첨벙거리는 아이들 사이로 교사들의 흐뭇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좀 놀고 있자니 자꾸 따끔따끔 거리는 것이 영 신경을 거슬린다. 처음에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 그냥 있었는데, 아이들이 저마다 따끔거린다면서 하나 둘씩 나가버린다. 보니까 해파리에 물려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주위로 해파리들이 몇 마리씩 떠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해파리는 죽어도 독성이 그 몸에 있어서 스치기만 해도 상처를 입는다는데, 예민한 아이들은 벌써 부어오르기 시작한다.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으로 인해 바다에 다시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어떻게 할 수 없어서 눈에 보이는 대로 해파리들을 건져 올려 보지만 그 전부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들어가서 노닐려고 해 보지만 벌써 해파리로 인해서 아이들의 마음은 멀어진지 오래다. 그 좋은 날에 마음껏 헤엄치며 놀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러는 중에도 이상경 집사님의 배려로 제트 스키를 타면서 좋은 한 때를 보내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더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바다를 두고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무거운 발걸음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의 바다에 이 독성을 가진 해파리들이 떠다니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다. 마음껏 소리치며 흥겨워야 할 그 은혜의 바다에서 해파리 몇 마리 때문에 그 풍성함을 다 누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니, 어떻게든 그 해파리들을 잡아내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구원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악한 마귀에게 작은 틈이라도 보이지 않도록 성령 안에서 깨어 기도하며 말씀 가운데 우리의 삶을 잘 지켜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