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고향’

박정철 (2013-09-21 14:17)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히 11:16)   바다 냄새가 납니다.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가 내뱉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쫄쪼름하게 달여진 된장 냄새 마냥 바다 내음이 기분을 좋게 합니다. 그 바닷물을 마실 수만 있다면 입을 크게 벌려 한 번 마셔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시원한 바람에 밀려드는 그 내음이 오늘따라 더 진동하는 것은 특별히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옛 친구들에게 어디에서든 무엇을 하든 살아온 곳을 잊지 말라고 진한 고향을 일깨워주려는 것 같습니다.   보니 고향을 찾은 아빠와 아이들이 해변을 함께 걷는 모습이 정답습니다. 그 아빠도 어린 날에는 이 해변을 수도 없이 뛰고 걸었겠지요. 몽돌을 주워 바다를 향해 던지기도 했을 것이고, 몇 마리 고기라도 낚을 요량으로 낚싯대도 드리웠을 것입니다.   20살 남짓 어스름한 저녁 무렵에 버스에서 내려 고향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몇몇 집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된장국 냄새로 거리를 가득 채워졌던 적이 있습니다. 얼마나 푸근하게 다가오던지요. 그렇게 넉넉할 수가 없었습니다. 살면서 이런 날들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했었습니다. 오늘 이 바닷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군대에 있었을 때에 함께 했었던 고향 교회의 아이들과 친구들이 그렇게 보고 싶을 수가 없었습니다. 잠자리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한 체 몸을 뒤척일 때마다 그들에 대한 기억들로 인해서 사무치는 밤을 보낼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그들에게서 편지라도 오면 읽고 또 읽고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고 또 읽고 읽으면서 편지지가 해어져 찢어질 정도까지 갔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함께 했었다는 것이 정말이지 그렇게 끄는 힘이 큰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살면서 사람에 대한 소중함이 그때보다 더 크게 다가온 적은 아마 아직까지는 없었지 않나 싶습니다.   여전히 고향이 그립습니다. 내 영혼의 고향이 그립습니다. 그곳에서도 바다 내음이 나겠지요. 구수한 된장찌개가 입맛을 다시게 해 주겠지요. 함께 했었던 지난날들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 이웃들과 성도들이 함께 하면서 하나님의 가족으로 행복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