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빚어지고 있는가

박정철 (2012-09-22 15:54)

‘요셉이 형들에게 이르되 내게로 가까이 오소서 그들이 가까이 가니 이르되 나는 당신들의 아우 요셉이니 당신들이 애굽에 판 자라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창 45:4-5)   태풍이 지나고 난 다음 날 새벽, 교회당을 향하면서 하늘을 보니 그날 따라 새벽별이 더 영롱하다. 이렇게 또렷하고 선명할 수 있을까. 마치 고난 뒤에 더 정갈해진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늦은 오후에 바닷가를 찾았다. 자기에게 절대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그렇게 모든 것을 다 삼켜버릴 듯 무섭게 넘실거리던 파도는 이제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해져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갈매기들도 그간 태풍으로 인해 많이 지쳐버렸는지 한쪽에 모여 앉아서는 졸고 있는지 전혀 움직이지를 않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은 아이들처럼 좋아들 하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며 바다를 응시하는 연인들도 참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아까부터 몇 명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 처음에는 바람을 쐬러 온 사람들이려니, 낚시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려니 했는데 좀 있다가 보니 그게 아니다. 한 손에 봉지를 들고서는 몽돌을 주워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전까지는 거의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는데 그날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와서는 돌을 고르고 있었다. 강한 태풍이 지나고 난 뒤에 좋은 수석이 있을까 해서 바닷가를 찾아 나선 것이다. 태풍으로 인해서 바다가 완전히 뒤집어질 때 해변의 모래와 자갈도 뒤집어지게 되었을 것인데, 그 뒤집혀져 올라온 돌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줍고 있는 것이다. 저마다 고개를 푹 숙이고는 한참을 헤매다가 허리를 숙이곤 한다.   이번에 한반도를 직접적으로 거쳐 간 태풍이 4개나 된다. 이런 일이 없었다고 하는데, 여하튼 태풍으로 인해서 많은 이들이 고통 속에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 인생들이 살면서 맞게 되는 태풍은 과연 몇 개나 될까. 그 태풍으로 인해서 우리는 얼마나 뒤집어지고 얼마나 깎여지고 다듬어지게 될까. 그 가운데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모양으로 빚어져 가고 있을까.     지금도 바닷가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모래와 몽돌들이 널브러져 있다. 쉼 없이 치는 파도에 따라 그 돌들이 휩쓸려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