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먹은 벙어리처럼

박정철 (2012-09-01 18:36)

‘여호와께서 또 욥에게 일러 말씀하시되 트집 잡는 자가 전능자와 다투겠느냐 하나님을 탓하는 자는 대답할지니라 욥이 여호와께 대답하여 이르되 보소서 나는 비천하오니 무엇이라 주께 대답하리이까 손으로 내 입을 가릴 뿐이로소이다’(욥 40:1-4)   인생이 결코 잔잔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영향으로 일렁거리는 바다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백사장을 하얗게 물들이며 치달아오는 파도를 보고 있자니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린다. 집채만한 파도가 삼킬 듯이 달려드는데 어안이 벙벙하고 왠지 모를 두려움이 임한다.   여기 이런 순간이라면 내가 도대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그저 이 순간을 두고 볼 수밖에 없고, 이 순간만이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엄청난 파도의 큰 기세 앞에서 그저 잠잠해 질뿐이다. 난 그저 입을 다물어야 할 뿐이다. 할 일이 없고 할 말이 없다. 그저 그 순간에 나의 무력함을 재확인하는 것 밖에는.   여름의 끝자락을 놓치기 싫어 해변을 찾아들던 사람들도 오늘은 한 사람도 보이지를 않고, 갈매기들도 모두들 어디로 다 숨어들었는지 힘겹게 바람을 거슬려 날아가는 한 마리 외에는 보이지를 않는다. 대면하여 버틸 힘이 없기 때문이리라.   거대한 파도 소리와 그 파도가 뿜어내는 물거품이 엄청나다. 마치 거품을 물고 내게 달려들면서 “너, 나와 한번 붙어 볼까나?”라고 묻는 것 같다. 그러나 난 사실 두려움의 눈으로 조심스럽게 바라만 보고 있을 뿐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발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지를 못한다.   가끔씩 바닷가에 나와서는 크게 소리를 치고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바람아 쳐라 물결아 일어라 내 작은 조각배 띄어 볼란다’ 그러면 내가 멋있는 것 같고, 이 세상에서 한 번 힘차게 살아가 보리라 다짐도 했었다. 그러나 오늘 이 숨소리 거친 파도 앞에서 이 노랫말이 얼마나 같잖아 보이는지 모른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태풍이 지나가고 있는 바다를 통해서 내게 까불지 말고 나불대지 말라 하신다. 네 자리가 어디인지를 분명히 알고  겸손하라 하신다. 오늘, 파도는 거칠고 바람은 거센데 난 그저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할 말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