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무엇이) 사람인가?(1)

문동수 (2012-08-01 14:03)

누가(무엇이) 사람인가? 사람은 누구(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물론 그 이전에도 그랬겠지만), 인간들은 이렇게 물어왔다. 그 결과 대답은, ‘사람은 동물이다, 사람은 도구를 사용한다, 사람은 두 발로 걸어서 다닌다, 사람은 언어를 사용한다, 사람은 상징을 사용한다,’ 등등의 정의를 내렸다. 이 정의의 정답은 항상 옳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 해 보자. 동물이 사람인가? 도구를 사용한다고 사람인가? 두 발로 걷는다고 사람인가? 언어를 사용한다고 사람인가? 상징을 사용할 줄 안다고 사람인가? 이에 대한 정답은 항상 그르다. 지금까지 사람이 무엇인가를 물어왔기 때문에 사람이 사람다울 수 없었다. 왜냐하면, 파편적인 지식을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항상 단편적으로 파악하고, 그 단편적 지식으로 파악한 것이 사람인 양 살아왔다. 이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누가(무엇이) 사람인가? 이렇게 질문하니, 참으로 답답하다. 사람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합적인 의미로 물어본 적도 없거니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온전히 통째로 인식하지 않는 한, 사람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모세는 절대자(하나님)의 이름을 묻는다. 그에 대해 절대자는 “나는 나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다”라는 대답을 한다. 물음과 대답이 동문서답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가? 모세는 단편적 지식으로 절대자의 이름을 알고 싶어 했고, 절대자는 그런 단편적 지식으로는 자신을 올바로 계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단편적으로 인식해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항상 그에 대한 대답도 정답일 수 없다. 우리는 이렇게 질문한다. “너는 누구냐?” 그러면 아무개의 아들이라고 대답을 하고, 무슨 학교를 나왔다, 무슨 일을 한다, 등등으로 대답을 한다. 나는 아무개의 아들일 수 있지만, 아무개의 아들이 나인 것은 아니다. 나는 어떤 학교를 나왔을 수 있지만, 어떤 학교를 나온 것이 나인 것은 아니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무엇이 너냐?” 세상은 육체와 정신을 지닌 존재를 사람이라고 한다. 육체와 정신은 실로 오묘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육체를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육체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팔, 다리, 어깨, 얼굴을 비롯해서, 두뇌, 신경, 호르몬, 등등의 복합체가 바로 육체다. 육체를 연구하는 사람마저도 신비롭게 느끼는 것이 바로 이 육체다. 실로 이 모든 육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활동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인간의 신체구조가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얼마 전에 말벌에 손등을 쏘인 적이 있다. 말벌이 손등의 피부, 조금 더 나아가면 아주 작은 실핏줄이 서 있는 곳을 한번 쏘았을 뿐이다. 이로 인해 내 육체는 며칠 동안 몸살을 앓았다. 아주 작은 상처 하나를 치료하기 위해 온 육체가 협동을 한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육체다. 정신을 가장 잘 파악한 사람은 프로이트라고 생각한다. 프로이트는 정신을 이드(Id)와 에고(Ego), 그리고 슈퍼에고(Super-Ego)로 파악을 했다. 이드는 본능을 뜻하고, 초자아는 사회가 요구하는 제도와 법률, 도덕과 윤리 일체(이하 도덕법)를 뜻한다. 그리고 에고라는 것은 이드와 슈퍼에고 사이를 중재해서, 그것을 나라고 인식하게 한다. 우리나라 심리학자들은 이드를 ‘본능’, 에고를 ‘자아’, 슈퍼에고를 ‘초자아’라고 번역을 했다. 우리는 본능에 충실한 사람을 “짐승 같은 놈”이라고 명명을 한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나 명확한 답변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에고와 슈퍼에고인데, 사람들은 이 두 개념을 좋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초자아를 살펴보도록 하자. 초자아라는 놈은 성서적으로 말하면, 율법과 같은 것이다. 율법은 언제나 그렇지만, 힘 있고 권력 있는 놈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졌다. 그래놓고 율법이 없으면 안 된다고 힘 있는 놈들은 말한다. 왜? 사회가 혼란으로 빠져 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이 옳은가? 인류가 언제 한번이라도 법과 제도 없이 살아 본적이 있었던가? 살아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가? 오히려 현대의 연구는 그와 반대된다. 법과 제도와 질서가 없으면 없을수록 인류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증빙으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이류고 있는 원시인(이런 표현이 맞는 것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들을 내세운다. 그들은 법과 제도와 질서를 지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법과 제도와 질서는 권력자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놈들이 이 제도를 이용하여 사람들 죽이고, 전쟁을 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것을 착취한다. 따라서 초자아라는 놈은 선한 양의 탈을 쓰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악한 놈이다. 사람들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지만, 슈퍼에고에 충실한 놈을 “짐승보다 못한 놈”이라고 한다.   에고는 짐승 같은 놈과 짐승보다 못한 놈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천덕꾸러기다. 이드를 “자기”라고 생각할 때는 짐승 같은 놈의 삶을 살고, 슈퍼에고를 자기라고 생각할 때는 짐승 보다 못한 놈의 삶을 살게 된다. 그래서 에고란 놈은 어떻게 살아도 결국에는 악한 놈의 삶을 살게 된다. 그래서 성서는 의인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자아라는 놈은 본능과 슈퍼에고 사이에서 갈팡질팡,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평생을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