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를 드린다는 것

문동수 (2012-08-27 02:23)

예배를 드린다는 것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전통적으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하나님을 경배하고, 찬양하는 것이다. 그래, 맞다. 예배는 하나님을 경배하고, 찬양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경배하는 방식, 찬양하는 방식은 뒤로 하자. 하나님도 모르는데 어떻게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는가? 이렇게 말하면, 교회 안에서는 흔히 신앙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거나 불경한 사람 취급을 당해 왔다. 그러나 신앙 앞에는 정직해야 한다. 하나님을 아는가? 그리스도교 역사상, 하나님을 안다고 자부했던 사람들이 어떤 일을 했던가? 상대방의 신앙을 얕잡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단으로 정죄해 왔다. 하나님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 수많은 민중들의 호주머니를 털기 바빴으며, 심지어는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일에 앞장섰다. 17세기 이후로는 제국주의의 앞잡이 노릇을 했으며, 아프리카 사람들을 노예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가? 하나님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 극우주의와 결탁을 해서, 반공이 마치 하나님의 뜻인 것처럼 행세를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최고의 제도인 것처럼 신자유주의의 복음을 전하고 있다. 국가와 권력을 하나님 섬기듯이 섬기고 있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책 한권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정직해야 한다. 하나님을 아는가? 우리들 개개인이 알고 있는 하나님, 그 하나님이 정말 하나님이 맞는가? 하나님이 아닌데, 자신이 하나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실제로 개개인이 알고 있는 하나님은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그린 하나님일 가능성이 너무나 농후하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나님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신을 유아기적 환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너무도 당연히 하나님을 안다고 전제하는 신앙은 문제가 있다. 이런 신앙은 십중팔구 자기 자신의 생각을 신뢰하는 곳으로 빠진다. 하나님 신앙은 놀랍게도 “모름”에서 출발해야 한다. 앎에서 출발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거룩하신 분을 거룩하지 않은 인간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다. 모름에서 출발하면 어떻게 되는가? 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이 우상 숭배가 된다. 따라서 신앙은 아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모름을 지키는 것이 신앙이다. 모름을 지키는 것은 아닌 것을 제거해 나가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부정의 방법이다. 자, 그러면 처음 논제로 돌아가 보자.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말은 무엇인가? 이 말을 부정으로 바꾸면 하나님이 아닌 것을 예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간을 예배하지 않고, 세상을 예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간의 능력을 신뢰하는 것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업적과 인간에게서 비롯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배하거나 찬양하지 않는 것이 예배다. 마찬가지로 예배는 세상을 유지하는 힘을 경배하는 것이 아니다. 신자유주의를 경배하지 않는 것이 예배를 드리는 것이고, 사회주의를 찬양하지 않는 것이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힘의 질서와 권력의 논리 일체를 부정하는 것이 바로 예배다. 예배는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권력체제와 모든 힘을 부정하는 가장 강력한 신앙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