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집 아들이고 싶었습니다.

박정철 (2012-09-15 21:42)

‘내가 여호와께 바라는 한 가지 일 그것을 구하리니 곧 내가 내 평생에 여호와의 집에 살면서 여호와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그의 성전에서 사모하는 그것이라’(시 27:4)   아내와 함께 울산 마트에 갔다가 점심시간이어서 마트 내 식당에 들렀다. 그곳에서 아내는 국수 두 그릇을 시켰다. 나는 그것만이 아니지 싶어서 어릴 때부터 늘 먹음직스러웠던 떡볶이 일인분을 더 추가했다. 기분이 좋다. 그리고는 준비하시는 아주머니를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든다. ‘저 분은 자기가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먹을 수 있겠지. 좋겠다.’   그러면서 어린 날의 애절한 사연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 주석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는 학교 앞에서 부모님들이 문방구점을 하셨다. 학용품은 물론이고 먹을거리도 있었는데, 그러니 이 친구의 입과 손에는 늘 먹을 것이 넘쳐났다.   쉬는 시간이면 쪼르르 집에까지 뛰어가서 먹을 것을 들고 와서는 자기가 먹기도 하고 때로는 힘이 센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다. 그럴 때는 이 친구의 어깨와 말에 얼마나 힘이 들어갔었는지 모른다. 키도 작고 힘도 변변치 않았던 나로서는 늘 그 친구가 부러울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 집도 저 친구처럼 가게를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또 언젠가는 중국집을 하는 아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재들은 도대체 무슨 복을 받았기에 중국집을 하는 부모님을 두었을까’ 지금도 라면이나 자장면 냄새의 유혹 앞에서 힘없이 무너져 내릴 때가 많은데 그때에는 오죽이나 했겠는가. ‘나도 저 집의 아들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세월이 흘러 우리 아이들이 자장면을 맛없게 먹거나, 먹다가 남겨놓을 때면 그게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다. 그놈들은 도대체 왜 아빠가 그렇게 화를 내는지 다 알지는 못할 것이지만 말이다. 떡볶이와 국수를 먹으면서 지난 생각에 젖어 있는 내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나온다.   오늘 이 순간, 그저 감사하다. 내가 그렇게 부러워했던 문방구점 아들, 자장면 집 아들이 되지는 못했지만 하나님의 집에서 귀한 아들로 살아가고 있으니 세상에 무엇이 부러울 것이 있겠는가. 구속의 은총 속에 자유와 평강 속에서 어깨 펴고 힘주고 이 세상 가운데에서 넉넉히 살아가고 있으니 이보다 더 큰 감사가 어디에 있겠는가. 국수 한 젓가락에 육수 국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니 참 맛이 좋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