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박정철 (2012-08-25 11:20)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 이 외의 일은 고사하고 아직도 날마다 내 속에 눌리는 일이 있으니 곧 모든 교회를 위하여 염려하는 것이라’(고후 11:27-28)   피서객들이 모여 들 때는 갈매기들이 별반 보이지 않더니 여름의 끝자락에 들어서 사람들이 뜸하니 그간 어디에들 가 있었는지 몰랐었던 갈매기들이 예전의 자리에 모여들어서는 죽 앉아 있다.   그러다가 몇 마리씩 바다 위를 날아서는 비행을 한다. 시원한 파도소리를 가르며 바람에 자기 몸을 맡겨보기도 하고 거슬려 세찬 날개짓을 하기도 한다. 어떤 놈은 아예 바닷물에 앉아서는 파도에 몸을 실어 흔들거리고 있다.   그때 한 마리가 큰 몸집에 날개짓을 하면서 내 앞을 지나간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디에 다녀오는 것일까?’ ‘이 놈은 리처드 바크가 쓴 소설의 주인공인 조나단이라도 되는 것일까?’   그 갈매기를 좇아가다 보니 바다 한 가운데 배가 한 척 덩그러니 떠 있다. 그 배를 보면서 한 청년이 성경공부 시간에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목사님, 제가 대학교 때에 친구들과 모여서 밤새 술을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야, 우리 나중에 사회에서 출세해서 돈 많이 벌어가지고 바다에 유람선 한 척 띄워서 예쁜 여자들과 즐기면서 살자.’ 그러면 다들 좋아했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저의 꿈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니까 그 꿈이 얼마나 허황되고 잘못된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유람선이 아니라 어선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교회에 속한 성도들은 유람객들이 아니라 어부인 것이다. 어선에 탄 어부들로서 한 영혼 한 영혼을 살려내는 어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당신의 꿈을 이루셨다. 그 꿈이 바로 교회다. 죽은 자들을 살리며, 병든 자들을 고치며, 가난한 자를 부요하게 하며, 갇힌 자들을 풀어주며, 죄와 사망에 매여서 고통 중에 살아가는 자들을 자유하게 해 주는 교회를 이 땅에 세워놓으신 것이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꿈에 사도 바울을 초대해 주셨고, 바울은 그 부르신 은혜에 감사하여 주님의 꿈에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드리게 된 것이리라. 그래서 그는 수고하며 애쓰고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굶고 춥고 헐벗었음에도 그것들은 고사하고 날마다 자기 속에 눌리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교회를 염려하는 것이었을진대.   오늘 이 시간에도 갈매기들은 나로 무슨 꿈을 꾸게 하려는지 바다 위 하늘로 솟아 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