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이도종(掩耳盜鍾), 바로 내 앞에도

이순락 (2011-12-19 15:17)

오늘(2011.12.19) 신문을 보니 올해의 사자성어가 ‘엄이도종(掩耳盜鐘)’이라고 한다.  매년 이맘때면 보고 듣는 일이긴 하지만 금년에도 ‘교수신문’이 정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인용하여 필자 나름으로 다시 쓰면 이렇다.  즉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더구나 남의 비판은 듣기 싫어 귀를 막는 어리석은 행동을 빗댄 것을 말한다.  남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을 두고 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뜻인 것이다.  이 글의 어원을 보면 중국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어느 간 큰 도둑이 왕가의 종이 탐나 훔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종이 너무 커서 이 도둑이 꾀를 내어 종을 쪼개어 가져가고자 했던 것이다.  종을 쪼개려 망치로 두들겼는데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얼른 자신의 귀를 막았다는 우스운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엄이도종’은 현 시국의 복잡하고 어지러운 사정을 아주 적절하게 빗댄 표현으로 보인다.  여론은 상관없이 자기네 입장만 발표하고 나면 뒷일은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니까 하는 말이다.  특히 한․미 FTA 문제,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의혹 등 큰 사건들이 있어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설명은 거의 없는 현실에 대한 점잖은(?) 비판이 아닌가.   우리 곁의 주위를 둘러보면 이삼십 명 내외의 작은 집단에서도 엄이도종 수준의 일은 다반사로 일어나고 목격하는 현실이다.  바로 어제의 어느 모임에서도 필자 자신이 직접적으로 인격적 모욕을 크게 느끼며 격어야 했던 일이 있었다.  목소리 큰 몇몇만 작당하면 그 어떤 결정도 쉽게 내린다.  ‘이건 아니다’싶어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론에 가까운 수준의 발언을 하면 가차 없이 제지당한다.  상대방의 인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시정잡배 수준 이상으로 헐뜯듯이 비난하며 후안무치의 행동을 거리낌 없이 자행한다.  거리를 두지 않은 관계에서는 우러러 보였던 사람이었지만, 한 발짝 거리를 두고 보면 잔머리 굴리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위인이었음에 실망감과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우리 사회 곳곳이 저런 류의 부류들이 우글대고 있으니 서글픈 생각뿐이다.  누군가 그랬지.  애꾸눈 사회에서는 두 눈 가진 놈이 병신 취급받는다고.  이런 형편임에야 좀비 같은 취급을 받는 나(我)라는 존재가 어찌 감히 나라(國)일을 하는 정부 당국이며 국회를 비판하거나 원망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내가 존경하는 살아있는 석학 노엄 촘스키가 ‘지식인의 책무는 사회를 비판하는데 있다’고 일갈한 ‘말씀’을 붙잡으며, 스스로에게 위로하는 수밖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   아무튼 새해에는 보다 밝고 활기찬 세상이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