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빈약하다

박정철 (2011-12-17 13:10)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시 23:1-3).   날씨가 꽤 춥다. 옷을 껴입고 있어도 춥기는 매한가지다. 추워지면서 걱정인 것은 해가 짧아지듯 생각도 기도도 글도 삶도 짧아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오늘 새벽 기도도 춥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평소보다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이제 겨울이 시작인데, 이럴 것이면 문제가 많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추위에 대한 내 생각을 바르게 정리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 쉽지 않을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나를 붙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글이나 설교를 써가기가 쉽지 않다. 써 놓은 글이나 설교문을 볼 때면 빈약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겨우 이 정도의 것으로 어떻게 감동을 끼치고 영향을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매일 매주 쏟아내야 하는 글과 설교인지라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렇지 빈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글이 빈약하다는 것은 그만큼 삶이 빈약하기 때문일 것인데, 삶에서 깊이 끌어올리는 것들이 적으니 적어갈 것이 없는 것이다. 일상의 삶에 그냥 묻혀 살다보니 삶의 진지한 고민이 적은 것이요, 습관처럼 되뇌어지는 기도여서 영적인 깊이가 얕기 때문이리라. 깊은 물에서 길어 올리는 생수로 내가 적셔지고 또 시원하게 마시게 해야 되는데 그러지를 못하는 것 같아 참 안타깝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다윗의 시에서 다윗의 삶을 본다.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글은 글이 좋아서가 아니라 삶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삶이 그 글을 세워주고 있는 것이지. 전도사 때에 성탄절을 앞두고 카드를 써 내려갔던 적이 있다. 어린 아이들, 중고등부 학생들, 청년들, 그리고 교사들에 이르기까지 꼬박 한 달을 넘게 밤을 새우면서 빽빽이 적어간 적이 있다.   그때 어느 선생님이 이렇게 묻는다. “전도사님, 그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쓰는 것이 안 힘드세요.” 그때 내가 했던 말이 있다. “글을 쓰는 것은 안 어려운데, 정말 어려운 것은 그 사람을 평소에 두고 보는 것입니다.” 평소에 그 한 사람을 두고 내가 얼마나 기도하고 그 한 사람의 모습 속에서 무엇을 자세히 보고 있었느냐가 어렵다는 것이다.   오늘 이 아침, 글쟁이로서 말쟁이로서 빈약해지지 않도록 삶을 꼭꼭 채워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