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들의 잔치’

박정철 (2014-10-18 08:35)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 …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시 8:1-4)   색들의 잔치가 벌어졌다. 알록달록, 울긋불긋 온 산하가 오색 빛깔 무지개빛깔로 찬란하다. 한들거리던 코스모스가 가을을 수놓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들국화가 한창이다. 자기들의 순번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그 자리를 지키면서 피는 꽃들이 참 귀하다.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바다는 푸른빛 물결로, 들녘은 황금빛 물결로 넘실거리고 있는 이 양남에서의 하루하루 삶은 복되다. 어느 교회에서는 이 가을에 ‘들녘 음악회’를 열어 하나님의 솜씨를 찬양한다고 하니 그 이름만으로도 벌써 은혜요 감사다.   몇 년 전 울산에 살던 한 가정이 귀촌을 마음먹고 집을 보기 위해서 한 집을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 계단식 논에서 빛나는 황금빛에 반해서 그 자리에서 당장 그 집을 계약했다면서 자랑스럽게 말하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그 들녘이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웠으면 그곳을 제 2의 삶의 터전으로 삼았을까 싶은 것이 그 마음 역시 곱고 아름답지 않은가. 아름다움은 사람을 붙드는 강력한 힘이요 능력이다.   가을 하늘과 가을 바다는 여전히 푸르되 더 푸르다. 오직 그 색이어야 한다는 듯 고집스럽게 그 자리를 묵묵히 물들이고 있다.   한 번은 기장 총회교육원에서 여름성경학교 지도자 강습회를 가졌을 때의 일이다. 강사가 이렇게 물었다. “성령은 무슨 색일까요?” 그때 나서서 했던 말이다. “성령은 푸른색이다. 왜냐하면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이 우리 가운데 항상 있기 때문이다.”   가을 산하가 자기들의 빛깔로 아름답게 물들어간다. 희뿌연 회색빛처럼 곤한 내 마음도 가을 빛깔로 맑고 깨끗하고 분명해졌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갓  떨어진 잎사귀가 눈에 밟힌다. 내 생애의 한 페이지를 그 잎사귀를 책갈피로 쓰고 싶어진다. 선홍빛 그 잎사귀가 이렇게 내게 묻는다. “너는 어떤 빛깔로 물들어져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