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에서’

박정철 (2014-08-02 15:33)

‘여호와께서 마므레의 상수리나무들이 있는 곳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시니라 날이 뜨거울 때에 그가 장막 문에 앉아 있다가 눈을 들어 본즉 사람 셋이 맞은편에 서 있는지라 그가 그들을 보자 곧 장막 문에서 달려 나가 영접하며 몸을 굽혀’(창 18:1,2)   찜통더위다. 얼마나 더운지 모르겠다. 인터넷에 보니까 ‘대구’를 가리켜 ‘대프리카’라 부른다. 대구가 아프리카처럼 덥다는 뜻에서 그런 말로 부르는가 보다. 목요일 늦은 밤, 피곤해서 잠들었다 싶었는데 교회 수련회를 온 팀이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웠는지 여간 시끄럽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가 목을 만져보니 땀이 흥건히 배여 있다. 집사람도 불편했는지 몇 번이나 일어나서는 서성인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새벽기도회에 갈 시간이다. 금요일 새벽은 특별히 8월의 첫째 날로 월삭기도회로 드리는 날이다. 잠을 설쳐서인지 말씀이 얼마나 잘 전해질는지 통성으로 하는 기도회가 원활히 진행될는지 괜한 걱정이 앞선다. 우리 집만 열대야로 힘든 것이 아니었을 터, 지난밤 많이들 지치셨는지들 다른 날보다 참석률이 떨어진다. 함께 하신 분들에게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말이지 기도회가 잘 진행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하다 보니 너무 감사하게도 기도가 터져 나온다. 모두들 한 목소리로 각 가정을 위하여, 교회를 위하여, 지역 사회와 민족을 위하여 기도들을 하는데, 그것을 보면서 그렇게 기쁘고 감사할 수가 없었다. 참석하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싶을 그런 피곤한 시간이었을 것인데, 모두들 기도에 힘을 쏟는 것을 보면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위한 기도조차도 하기 힘들어 몸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았을 시간이었지만 이웃과 교회를 위해서 몸을 일으켜 그 새벽에 기도하는 모습에서 한 성도 한 성도가 그렇게 고맙고 감사할 수가 없었다.   금요일 아침, 여전히 덥다. 이 더운 날에 내 몸 하나 추스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아브라함이 그 뜨거운 정오의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에서도 지나가는 이들을 대접함으로 하늘의 비밀을 알게 되고 축복을 받은 것처럼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인사하는 주방 봉사자 분들을 향해 한 마디 툭 던진다. “주방 봉사자는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봉사하는 자리인데, 삼일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내 몸을 일으켜 다른 이들을 섬기고 봉사하는 그때가 어쩌면 가장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천사들을 대접했을 것이니 하늘의 상급도 클 것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