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박정철 (2014-10-04 12:07)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이는 네 빛이 이르렀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위에 임하였음이니라’(사 60:1)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동해 바다에 서니 기다렸다는 듯이 구름 속에 가려 있던 해가 솟아오른다. 마치 애드벌룬이 천천히 하늘을 향해 오르는 것처럼 떠오르는 태양은 찬란하고 장엄하다. 이 세상을 물들이면서 살아갈 것을 주문하듯이 붉은 태양빛으로 인해 온 바다가 붉게 이글거린다.   ‘아침 해가 돋을 때 만물 신선하여라 나도 세상 지낼 때 햇빛 되게 하소서 주여 나를 도우사 세월 허송 않고서 어둔 세상 지낼 때 햇빛 되게 하소서’ 전임지 월포에서 교회 주제가랍시고 부르고 또 불렀던 찬송가다. 이 찬송을 부르면서 결연한 의지를 불태웠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때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그때의 마음을 얼마나 간직하고 있을까. 그때의 해와 오늘의 해는 변함없이 찬란한 가운데 장엄함으로 이 세상을 여전히 물들여가고 있는데, 우리네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할까.   어느 새 10월 달에 들어서 버렸다. 언제쯤에나 오겠나 싶었는데 벌써 떡하니 와서는 버티고 섰다. 갈매기가 무리를 지어 바다 위를 나른다. 그때 문득 ‘저 갈매기들은 얼마나 살까?’ ‘저 갈매기들은 이제 몇 년을 더 살다 갈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네 인생살이가 이 땅에서 얼마나 주어졌을까. 생애의 마지막 순간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일이라 싶은 것이 괜히 마음이 어수선하다.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야만 하는 회한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것이기에 괜히 이 이른 아침부터 이 바닷가를 찾아왔나 싶은 것이 아침부터 버겁다.   그래도 오늘 이 순간에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 아침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은혜일진대 내 마음이 무거운 것은 생애 그 마지막 순간이 도적처럼 닥치는 것 때문이 아니라 그 순간까지 믿음의 눈을 열어 슬기로운 다섯 처녀처럼 깨어 있었냐는 것 때문이리라. 평소에 복습과 예습으로 시험공부를 잘 해 놓은 학생이 시험 보는 그 날을 오히려 기다리듯이 내가 오히려 그 마지막 날을 소망하며 오늘 주어진 이 자리들을 채워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오늘 이 아침에도 여전히 바다는 푸르다. 넓다. 깊다. 우렁차다. 어느 새 아침 해가 저만치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