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아흐, 프뉴마, 정신, 성령

문동수 (2014-10-0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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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아흐, 프뉴마, 정신, 성령 우리말 성경은 오역이 된 곳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오역이 되었다고 해서, 그런 오역들을 모두 다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래 번역은 오역이기 때문이다. 오역임을 알고 성경을 읽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다고 볼 때, 오역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단어의 개념들이다. 단어에서 단어로 번역을 하면서 그 원래의 의미가 사라진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오역은 어지간한 것은 문장을 읽으면서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의미가 변해버린 것은 문장을 통해서도 읽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일에 얼마나 시간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의미가 변해버린 단어들을 찾아서 여행을 하도록 해 보자. 오늘은 “성령”에 대해서 알아보자. 먼저 번역의 순서를 보자. 성령은 히브리어 “루아흐”에서, 그리스어 “프뉴마”로, 그리스어에서 영어 “Sprit”로, 영어에서 한자어로 “성령”으로 번역을 했다. 루아흐, 프뉴마, Sprit, 성령이라는 말이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루아흐”부터 알아 보기로 하자. 루아흐는 호흡, 숨, 바람, 등을 의미하는 단어다. 하나님의 호흡, 하나님의 숨결이라는 말이다. 숨이 하나님께 속한 것이고 하나님에 의해서 나온다는 것이다. 루아흐를 호흡, 숨, 바람이라는 상징으로 표현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표현이다. 루아흐는 인간에게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세상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루아흐는 하나님께 속한 것이다. 이 단어를 그리스어로 프뉴마(πνεύμα)로 번역을 했다. 그리스인들이 생각하는 프뉴마는 일차적으로는 “로고스”다. 우주를 구성하고, 세상을 지배하는 원리이고 원칙이다. 프뉴마로 번역이 될 때 이미 원래의 의미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세상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탈바꿈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으로부터는 알 수 없는 “루아흐”가 세상으로부터 알 수 있는 “프뉴마”로 되었다. 하나님의 영이 세상의 영이 되어 버렸다. “프뉴마”는 영어로 “Sprit”번역이 되었다. “Sprit”는 정신이다. 헤겔 같은 철학자는 “절대정신”이라고 표현을 하기는 했지만, 원래의 의미를 회복한 것은 아니다. 루아흐는 바람이다.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 루아흐다. 그런데 정신이 되면서 알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연구해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Sprit”는 다시 한자로 “영(靈)”으로 변역이 되었다. 영(靈)을 분석해 보면, 비 우(雨)에 입 구(口) 세 개, 그리고 제사장을 뜻하는 무(巫)의 합성어이다. 기우제를 지내는 모습을 나타내는 단어다. 그런데 중간에 구(口)자가 세 개나 있다. 입은 먹는 것과 말하는 기능이 있는 기관이다. 먹는 것과 말하는 것은 모두 에너지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기우제는 지내는 제사장, 그리고 비가 내린다. 그리고 그 속에 에너지가 셋 있다. 현대에서 정확하게 말하기는 힘이 들지만, 루아흐를 잘 표현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서양보다는 동양이 하늘과 관련해서는 좋은 말들이 보다 많은 것 같다. 문제는 영(靈)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영(靈)이라고 하면 접신(接神)과 연관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여기에서 신이 성경에서 말하는 알 수 없는 분이라고 하면 문제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의 신은 세상에 있는 것이다. 최 영 장군신, 동자신, 이순신장군 신, 최근에는 박정희 신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접신은 세상과 접속하는 것이다. 최근에 학자들은 루아흐를 “기(氣)” 또는 “얼”로 번역을 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신통치 않은 방법이다. 기로 번역을 하던, 얼로 번역으로 하던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을 하는 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지럽힐 뿐이다. 그냥 영(靈) 또는 성령(聖靈)이라 하고 그 의미를 바로 잡는 것이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 첫 번째, 성령을 생각이나 정신으로 오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인간이나 세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충족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거의 유일하다. 성령(루아흐)가 임한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사랑할 때 뿐이다. 사랑하지 않고는 성령을 알아차릴 수 없다. 사랑해 보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고 성령을 운운하는 것은 그래서 다 뻥이다. 사랑할 수 없는 내가 사랑의 통로가 되었다. 이것만이 성령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근거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네가 이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낸 다음에, 너희가 이 산 위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게 될 때에, 그것이 바로 내가 너를 보냈다는 징표가 될 것이다.”(출3:12) 내가 사랑하는 존재의 통로가 되는 것, 그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성령 비슷한 것이 임하게 되거든, 머릿속을 비워라! 그것만이 악령에 속지 않는 방법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