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기억합니다.

박정철 (2014-08-16 11:27)

‘유교병을 그것과 함께 먹지 말고 이레 동안은 무교병 곧 고난의 떡을 그것과 함께 먹으라 이는 네가 애굽 땅에서 급히 나왔음이니 이같이 행하여 네 평생에 항상 네가 애굽 땅에서 나온 날을 기억할 것이니라’(신 16:3)   밤에는 오는 가을을 재촉하는 풀벌레 소리들로 함께 하더니 아침에는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매미들이 목청을 돋우고 있다. 이렇게 세월은 겹쳐서 흐르나 보다.   토요일 이른 아침, 오랜 만에 해가 비췬다. 흐린 날들로 인해 몇 날을 젖어 살았는데, 이 아침에 구름 사이로 비춰오는 해로 인해서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 듯 기분이 좋다. 옷도 마음도 잘 말려지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름의 막바지에서 바라보는 들녘은 많이도 부풀어져 있다. 그 들녘에서 이삭이 패는 것을 보면서 세월이 그냥 무심히 흐르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무더위와 태풍과 함께 지나간 세월 속에 어느 새 낟알이 영글어지면서 고개를 숙여가고 있다. 열매를 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머리를 숙일 줄 아는 벼들이 귀한 스승이다.   내게는 언제나 아름답게 기억되는 한 분 권사님이 계신다. 늘 기억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계시는 이 권사님은 이 자리를 드려도 전혀 손색이 없을 듯하다. 비록 지금은 자주 연락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 분에게서 받은 사랑과 관심은 오늘을 살아오기까지 잔잔한 감동과 미소를 주는 여유로 내 삶에 자리하고 있다.   한 번은 전도사 시절에 그 분이 다른 분과 함께 이렇게 물으신다. “전도사님, 나중에 목사님이 되어서 저희를 기억해 주시겠어요.”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분과 그 분의 물음은 엊그제 만나서 했던 말처럼 가까이에서 들린다.   토요일 아침, 주일 준비로 분주한 시간이어야 될 텐데, 참 평온하다.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받은 은혜를 새삼 돌아본다는 것이 이렇게 평온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니 감사하다. 모두들 이런 은혜로 살아왔을 것이고 살아가고들 있을 것인데.   오늘 이 시간, 주님께서 주시는 은혜로 늘 기뻐하며 감사하는 복된 생이 되길 소망하며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