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림사건과 고문, 그리고 악몽같은 추억

이순락 (2014-09-30 18:08)

부림사건 며칠 전 모 일간지에 ‘부림사건’에 관한 보도가 있어 그 내용을 관심 있게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부림사건이라고 하면 필자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고문’ 그 자체이다. 얼마나 끔찍하고 무지막지하며 무서운 것인가. 고문으로 희생된 젊은 청년들의 피나는 고통, 그것이 바로 부림사건이 아닌가. 이 사건은 지난 해 말 영화 <변호인>에서 소개된 바 있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사건을 우연찮게 접하게 되어 무료변론을 맡아 인권변호사로서 첫발을 내딛게 되었음과 동시에 그의 정치적 파란만장한 역정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사건인 것이다.   부림사건은 전두환 정권 초기 정권의 정당성을 인위적으로 만들고자 공안조작사건으로 기획되고, 만들어졌던 것이다. 1981년 부산에서 야학 등 독서모임에 참석한 22명을 이른 바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불온모임을 이끌었다.”고 조작하였고, 영장없는 상태에서 이들을 불법 구금시켜 고문이라는 가혹행위를 통해 허위자백을 받았던 사건이다. ‘학림사건’의 부산판'이란 것에서 부림사건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부림사건은 결국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반공법, 국가보안법 등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는데 그것은 무엇보다 피고인들이 불법 연행되어 22~61일 동안 구금돼 고문과 가혹행위에 따라 허위자백을 했기 때문에 무죄판결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고문 영화 <변호인>을 통해서 혹은 다른 어떤 경로를 통해서 듣거나 보아서 알 수 있듯이 ‘고문’이 얼마나 가혹하고 무서운 것인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고문은 특히 과거 왜정시대 때 일본 경찰이 우리민족을 탄압, 압제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으로 동원되었다 할 수 있다. 일제의 잔재를 이어받은 고문은 자유당 정권시절 이승만 대통령이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수단으로서 상대방을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세우고 강제연행, 구금으로 ‘고문’을 하여 (허위)자백을 받아냄으로서 정권연장 혹은 정적제거 수단으로 활용했던 집권세력의 ‘전가의 보도’였었다. 그 뒤 박정희 시대에 있었던 인혁당 사건에서 보는 봐와 같이, 애꿎은 사람들이 어이없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는가 하면, 전두환 군부정권에서도 부림사건의 경우처럼 고문으로 얻은 허위자백으로 희생자들은 영문도 모르게 생지옥의 모진 고통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무서운 악몽 같은 추억 필자는 비록 보안기관에 잡혀가거나 고문을 받아본 일은 결코 없었지만 고문을 당하고 지옥의 경험을 할 수도 있었던 무서운 추억이 있다.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가호와 도우심이 없었다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1980년대 초기 신혼시절에 대학원(석사과정)에 다녔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 지도교수가 서울에서 잘나가던 소위 ‘의식 있는’분이라서 수업 중에도 가끔씩 시국에 관한 대화와 허심탄회한 토론도 있었다. 그러한 사실이 관련 정보기관에 포착되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어느 날 야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왔는데 우리 집 문전 입구에 소위 ‘불온서적’이 6~7권 놓여 있었던 것이다. 한눈에 봐도 조잡하기 짝이 없는 조악한 책이었지만 멋모르고 책장을 넘기다 보니 무슨 적화통일이니 김일성 장군 만세 등의 뚱딴지같은 그런 내용들이었었다. 그래서 몇 장 들추어 보다말고 ‘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과 더불어 무서움에 떨면서 이튿날 날이 새기 무섭게 동네 파출소에 신고, 경찰관이 수거해 가도록 조처를 취했던 것이었다(이 판단을 하도록 하나님께서 도와주셨고, 지켜 주셨다는 것이다). 그 불온서적이 당시 사회분위기(북한의 남침우려)와 언론에서 떠들어 대듯이 실제로 간첩이 두고 갔는 것인지, 아니면 불순세력을 색출하는 차원에서 관계 보안기관에서 낚시밥으로 던졌던 것인지는 지금껏 알 수 없는 의문에 있긴 하다. 만약 좀 유별난 호기심을 가지고 그 불온서적을 읽기라도 하다가 불시에 덜컥 잡혀갔다면 나 역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희생을 당하지 않았겠는가. 너무나 끔찍하고 치가 떨리는 무서운 악몽 같은 추억이 아닐 수 없다. 부림사건 보도를 보면서 지난 세월, 자칫 큰 일 날뻔 한  악몽을 추억해 본 것이다.   “여호와여 주는 나의 방패시오 나의 영광이시오 나의 머리를 드시는 자이시니이다.”(시 3 : 3)         2014.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