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질러!!!”

박정철 (2014-08-23 07:43)

‘나사렛 예수시란 말을 듣고 소리 질러 이르되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거늘 많은 사람이 꾸짖어 잠잠하라 하되 그가 더욱 크게 소리 질러 이르되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는지라’(막 10:47,48)   가을장마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나 보다. 밝고 푸른 하늘이 반갑고 시원한 바람이 고맙다. 그간 웬 비가 몇 날 며칠을 두고 그렇게도 많이 쏟아지던지 두렵기조차 했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하나님께서 일깨우시려는 듯 하늘에서 구멍이 뚫려 쏟아지는 비를 통해 보여주시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두려움도 함께 나를 적신 것이 아닌가 싶다.   금요일 아침, 이 밝은 날이 나만큼이나 반가운 이들이 있나 보다. 매미들이다. 한 자락 남은 여름날인지 아는지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그간 우천 관계로 연기되었던 콘서트를 여는 양 마이크를 잡고는 우리를 향해 외친다. “소리 질러!!” “소리 질러!!”   하나님께서 당신이 하시고 싶은 말씀을 매미를 통해 하시는 것은 아닌지. 기어가는 목소리로, 죽어가는 목소리로, 알아듣지도 못할 목소리로 살아가는 것이 영 마음에 안 드셨는지 매미를 통해서 소리를 지르게 하시는 모양이다.   골리앗 앞에서 숨어들며 숨을 죽이고 있었던 사울왕과 그 군대들처럼,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베데스다 연못가에서 38년 된 병자처럼 더 이상의 희망과 소원과 기대와 열망도 없이 낙심과 좌절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지는 않는가.   오늘도 세상은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찍 소리도 내지 못하게 한다. 작은 소리나 내려고 하면 맹인 바디매오에게 그랬던 무리들처럼 꾸짖어 잠잠하게만 한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맹인으로 살아가게 한다. 앉은뱅이처럼 살아가게 한다. 구걸하면서 살게 한다. 거지처럼 살아가게 한다. 숨을 죽여서, 숨도 못 쉬게 하면서, 그게 우리의 운명인 것처럼 말이다.   매미 소리가 더욱 커진다. 하나님의 음성이 높아진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보이라” 하신다. “입을 넓게 열라 내가 채우리라” 하신다.   바디매오가 더욱 크게 소리 질러 그 믿음으로 구원을 받은 것처럼 이 막바지 여름날의 매미들도 우리를 향해 더욱 크게 외치라 한다. “소리 질러!!” “소리 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