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뜻대로 살기로 했네.

박정철 (2014-01-11 13:46)

‘주께서 그들을 위하여 정하여 주신 곳으로 흘러갔고 산은 오르고 골짜기는 내려갔나이다 주께서 물의 경계를 정하여 넘치지 못하게 하시며 다시 돌아와 땅을 덮지 못하게 하셨나이다.’(시 104:8,9)   올 들어 가장 춥다는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간, 해는 지고 저녁 어스름이 자리 잡는 때에 바닷가를 향한다. 그저께 밤에 얼마나 바람이 세차게도 불었는지 해변에도 몽돌이 위에까지 밀려나 있다. 그 바람소리에 잠이 깨어 다시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으니 말이다.   해변을 걷는다. 바다는 정확하게 뭍과의 경계선을 지키고 있다. 하나님이 정해주신 그 자리까지만 밀려든다. 감사하다. 만약 저 바다물결이 말씀을 어기고 거침없이 뭍으로 밀려든다면 감히 내가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겠는가.   전임지 월포에서 처음 시무할 때에 태풍이 거세게 휘몰아쳤던 적이 있다. 모든 것을 다 삼킬 듯이 몰아치는 태풍이었는데, 그때 일었던 파도를 잊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이 바닷가에 사는 교인의 집이었다.   그래서 다음 날, 태풍이 잠잠하기를 기다려 불안한 마음을 안고는 그 가정을 심방했다. 큰 일이 났을 것이라 여기고 들어간 그 가정에서 한다는 소리가 참 편안하다. “목사님, 여기가 얼마나 살기가 좋은지 몰라요. 이렇게 좋은 데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 속 편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절로 하나님의 말씀이 생각이 났다. ‘주께서 물의 경계를 정하여 넘치지 못하게 하시며 다시 돌아와 땅을 덮지 못하게 하셨나이다.’   오늘 바라보이는 이 바다 역시 하나님이 말씀에 절대 순종하며 제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파도 소리는 여전히 뭐라도 삼킬 듯 으르렁거리지만 파도는 겨우 내 발밑까지만 차오르고 있다. 거기까지가 자리 자리인 줄 아는 것이다.   어느 새 하늘의 달도 해변을 응시하며 반달처럼 씩 웃는다. 자기도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서 그 궤도를 지키며 오늘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마치 내게도 그렇게 살라는 것 같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임을 알기를 원하는 눈치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달과 바다가 함께 어우러져 한 소리로 찬양한다. “주님 뜻대로 살기로 했네 주님 뜻대로 살기로 했네 주님 뜻대로 살기로 했네 뒤돌아서지 않겠네.” 연줄에 매인 연처럼 말씀에 매인 삶을 살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