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정하여

박정철 (2014-01-04 14:35)

‘다니엘은 뜻을 정하여 왕의 음식과 그가 마시는 포도주로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리라 하고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도록 환관장에게 구하니 하나님이 다니엘로 하여금 환관장에게 은혜와 긍휼을 얻게 하신지라’(단 1:8,9)   2014년 1월 2일 저녁에 바닷가로 나섰다. 그렇게도 많았던 1월 1일의 차량들과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새해,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다져졌을 이 자리에는 어둠 속 파도소리만이 울려나고 있다.   태양을 토해내던 희망의 바다가 이 시간은 어둠의 신음소리마냥 밀려들고 있다. 잠시 들뜬 마음에 다녀가는 자리로서가 아니라 언제나 있어야 할 자리이기에 그 무게가 남다르다고나 할까. 살아내야 할 버거움을 일깨워주려는 듯, 버텨내야 할 고통의 크기를 들려주려는 듯, 오늘 이 저녁에 바다는 동전의 양면처럼 나를 불러 세웠다.   어떻게 할 거냐는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이냐는 거다. 각오와 다짐은 말로서가 아니라 몸으로 보여야만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진득하게 묻고 있는 것이다. 울부짖는 기도와 몸의 고단함과 비난과 멸시와 인정과 칭찬을 이겨낼 수 있겠느냐. 그렇게 살 수 있겠느냐고 묻고 싶어서 이 저녁에 불러냈다는 것이다.   어린 날, 방학 계획표를 얼마나 거창하게 세웠는지 모른다. 그 계획표 안에는 공부하는 시간도 많았고, 볼 책도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그렇게만 산다면야 최고의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어김없이 방학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밀린 숙제와 일기를 쓰느라 발을 동동 구르며 애탔던 모습들이 어디 한 두 번인가.   금연과 금주,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람이 계획을 세우지만 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담배를 앞으로 안 피겠다던 사람이 작심삼일 만에 담배를 옆으로 꼬나물고는 “내가 앞으로 안 피운다고 했지 옆으로 안 피운다고 했느냐.”고 했다던데 말이다.   오늘 이 추운 바닷가에서 저마다의 결심이 열매로 맺어지기까지 그 삶에 눈물과 기도와 헌신과 아픔과 연단과 인내로 가득 채워져들 가길 쉴 새 없이 치는 파도와 함께 바래본다. 2014년도 새해가 밝았다. 저마다 새로운 희망과 계획과 소원들이 넘쳐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