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으로

박정철 (2013-12-14 10:53)

‘시므온이 그들에게 축복하고 그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여 이르되 보라 이는 이스라엘 중 많은 사람을 패하거나 흥하게 하며 비방을 받는 표적이 되기 위하여 세움을 받았고 또 칼이 네 마음을 찌르듯 하리니 이는 여러 사람의 마음의 생각을 드러내려 함이니라 하더라’(눅 2:34,35)   겨울 속으로 점점 들어간다.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어스름 때에 겨울 속으로 빠져 더 깊이 들어간다. 두꺼운 옷을 입고 장갑을 껴도 황량한 겨울바람을 이겨내기가 힘이 든다. 이 겨울의 때를 얼마나 버텨내야 할 것인가. 그래도 고난 속에서 뜻이 뚜렷해지고 광야에서 답이 찾아지듯이 이 겨울을 통해서 주실 하나님의 보화를 기대해본다. 손은 시려도 삶은 명료해지고 영혼은 처마 밑 고드름처럼 영롱해지기를 소망해본다. 십자가를 거쳐 얻어지는 기쁨이었으면 한다.   지인이 스마트폰의 카카오 스토리를 거의 2,3주에 한 번씩 꼴로 올린다. 그런데 보면 전부 산 정상에 찍은 것들이다. 산이 왜 그렇게 좋은지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댓글로 ‘누구 때문에 전국의 산 이름을 다 알겠네’ 하면서 적어 주었는데, 이번에도 ‘겨울산의 대명사라는 평창 백덕산’이라 하면서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놓았다.   이번에는 겨울 산행을 통해 눈을 만난 모양이다. 눈꽃이 흐드러지게 핀 것에 기분이 좋은지 한껏 함박웃음이다. 산을 좋아하는 산 사람들에게 있어 어느 산이 좋지 않으련만 그래도 겨울산에서 만나게 되는 눈꽃이 무엇보다 좋은 모양이다. 이번에도 힐링이 되었다면서  해벌쭉이다.   쉽지 않을 산행이었을 것이지만 그래도 하얀 눈밭에 눈꽃이 핀 겨울산에서 가져보았을 희열이 많지 않았을까. 고통이 고통으로만 끝이 난다면 절망이겠지만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눈꽃에 눈길을 주고 마음을 주면서 가졌을 그리움과 애틋함과 진한 추억은 소망 가운데 더욱 아름다웠을 것인데, 그 맛에 다음 산행을 또 준비해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피할 수 없는 겨울을 즐기는 자들의 기쁨이고 행복이랄까.   겨울산, 겨울바다, 겨울들녘이다. 짙게 깔린 어둠이 깊어간다. 갑자기 캄캄해진다. 의욕도 의미도 삼켜버릴 것 같은 겨울 세상이다.   이 겨울 세상에 주님께서 찾아오셨다. 마구간으로 오셨다. 성탄 트리가 밤하늘을 빛내고 있다. 겨울바람에 더 선명하게 반짝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