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남 주상절리

박정철 (2013-12-27 23:12)

‘또 비유를 들어 이르시되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풀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마 13:31,32)   오랜만에 가까이에 있는 양남 주상절리를 찾았다. 여전히 단장 중에 있었지만 그래도 꾸며놓고 해석을 곁들여 놓으니 제법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를 받는 듯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곳에서 낚시도 하고 수영을 하고 아이들과 라면까지 끓여먹으며 흥겨워했었는데 말이다.   괜히 웃기다. 귀한 것을 귀한 것으로 알지 못하다가 때늦은 감회에 빠져드니 말이다. 어느 남편이 자기 부인이 예쁜 줄 모르다가 한동안 떨어져 지내는 중에 길을 가다 눈에 차는 여자를 보고 뒤따라가서 말을 걸려고 보니 자기 부인이었다는데.   가만히 내 주위를 둘러본다.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심히 지나쳐버린 것들이 있지나 않을까.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내 기준에 따라 평가해버린, 그래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사장되어 진흙 속에서 그 빛을 잃어버렸을까. 그러다 세월이 지나서야 겨우 알게 되는 어리석음은 없는 것일까.   어부 출신 베드로. 예수님은 그 베드로에게서 도대체 무엇을 보신 것일까. 급하고, 나서기를 좋아하며, 젠 체했던 그에게서 무얼 보신 것일까. 맡겨진 양떼를 치다가 거꾸로 십자가에 순교할 것인지를 어떻게 알아보신 것일까. 세리 마태에게서 마태복음이 쓰여질 지 아셨을까. 막달라 마리아에게서, 38년 된 병자에게서, 어린아이들에게서 말이다.   못 보는 것이 여전히 많다. 좋은 것을 좋게 보지 못하고 귀한 것을 귀하게 여기지 못하다가, 좋아져야지만 좋은 줄 알고 귀하다고 해야지만 귀한 줄 아는 어리석음이 넘쳐난다. 이런 나를 귀하게 여기실지 궁금하다.   천하보다도 귀한 생명이요,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이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이들이요, 그리스도의 피 값으로 사신 이들일진대 귀하지 않은 이들이 누굴 것이며 아름답지 않은 이들은 또 누구일 것인가.   2013년도 마지막 주일,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그렇게 인생의 모든 날들이 지나가게 될 것인데, 새들이 깃들일 가지를 뻗는 나무들을 그냥 지나쳐버리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