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하는 나라를 배우자

조영식 (2013-12-21 17:08)

이 나라는 국가경쟁력 세계 5위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는 공부를 못하는 나라입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처음 알파벳을 익히고 몇 가지 단어를 익히는데 1년을 다 보냅니다. 또 1년은 덧셈과 뺄셈을 배우는데 보냅니다. 이 나라에서는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이 ‘선행학습’입니다. 왜냐하면 선행학습은 다른 아이들이 질문할 기회를 다 빼앗아 버리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알고 싶어서 선생님께 질문하고 답을 얻어야 하는데, 미리 공부한 아이들이 있으면 모르는 것을 질문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이기에 선행학습을 절대 못하게 합니다. 그냥 아이 스스로 할 때까지 선생님도 기다려주고 부모도 기다려 줍니다. 절대 미리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나라 아이들이 꼭 따야 하는 자격증이 있습니다. 바로 ‘자전거면허증’과 ‘수영인명구조 자격증’입니다. 지식만큼 중요한 것이 안전하게 사는 것과 여가를 즐기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의 교육의 목표는 자녀들이 인생을 즐겁고 유쾌하게 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나라는 바로 ‘독일’입니다. 독일은 한때 주입식교육을 시켰고 경쟁적 교육을 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교육의 결과가 민족적 우월의식을 갖게 했고,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전쟁을 일으켰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독일인들은 그러한 역사적인 과오를 철저하게 반성합니다. 그러면서 그 반성위에 교육을 다시 고민하게 된 것입니다. 그 반성의 결과가 오늘날의 공부 못하는 나라를 만든 것입니다. 교육의 목표가 1등을 만들고, 몇 명의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상식적인 인간을 만들고, 법을 지키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보편적인 국민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상식적인 국민을 만드는 교육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교육이라는 사실입니다.   참고로, 죽어라고 공부시키는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22위입니다.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교육에서 경쟁력이 떨어질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고, 유전인자가 잘못된 것도 아닌데... 단지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이념과 정책 때문에 아이들이 골병드는 나라가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