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박정철 (2013-12-07 10:24)

‘이는 곧 선지자 요엘을 통하여 말씀하신 것이니 일렀으되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말세에 내가 내 영을 모든 육체에 부어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행 2:16,17)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다 찢겨져나간 채로 한 장 달랑 남은 달력이 벽을 지켜가고 있다. 마치 충성된 종처럼 꿋꿋하게 마지막까지 그 소임을 다하려는 그 모습이 대견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다. 누군가 새벽별은 새벽에 뜨는 별이 아니라 새벽까지 남아 있는 별이라고 했는데, 12월 달력 한 장이 새벽별처럼 2013년도의 마지막을 끝까지 비추고 있다.   우리가 하는 말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라’ 그런다. 언제나 열심이어야 한다는 것이겠지만 무엇보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두라는 말로 들린다. 우리 삶의 전반에 있어서 처음도 중요하고 과정도 중요하겠지만 마지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래 전 이맘때쯤이었을까. 군에 있었을 때에 싸리작업을 했던 적이 있다. 싸리를 꺾어서 빗자루를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몇 날에 걸쳐서 하게 되는 고된 일이었다. 온 산을 헤집고 다니다가 꺾은 싸리를 묶어서 들춰 업고는 복귀해야만 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루는 꺾어놓은 싸리를 가져다가 빗자루를 한창 만들고 있는 중이었는데 무슨 일인지 인사계가 연병장에 소대를 집합시킨다. 아무 영문도 모른 체 서 있는 우리를 향해서 다짜고짜 “우로 굴러”를 명한다.   보통 때면 “우로 굴러” 다음에 “기상” “좌로 굴러”를 하게 마련인데, 그 날은 “우로 굴러”를 명하고는 다음 명이 없다. 그러니 그 큰 연병장을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구를 수밖에 없었는데, 모두들 정신이 몽롱하다. 여기저기에서 토를 하는 이들도 몇이다.   그러더니 인사계가 한다는 말이 그렇다. “이 놈의 새끼들, 마지막 노끈 처리를 이 따위밖에 못해.” 그러니까 싸리로 빗자루를 만들 때에 묶게 되는 노끈이 자기가 보기에 마음이 안 들었나 보다. 참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평생에 잊히지 않을 기억을 선물을 해 주지 않았던가. 마지막을 잘 정리해야 한다는 것, 이것보다 더 확실한 가르침이 쉽게 있겠는가.   한 해의 마지막을 잘 정리해가야겠다. 이 마지막 때에 모든 육체에게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영으로 예언하고 환상을 보고 꿈을 꾸면서 성령 충만함으로 이 추운 겨울 세상을 뜨겁게 밝히면서 살아들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