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

박정철 (2013-06-08 07:30)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0, 12)   학창 시절 때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이웃집 아저씨를 만난 적이 있다. 아버지와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는지라 부담감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었는데, 그때 그 분이 해 주신 말씀이 있다. “야, 50대가 되니까 세월이 날아가는 것 같다. 너도 한 번 내 나이쯤 되어보면 알거다.”   어느덧 그때로부터 얼추 27년은 족히 지났을 것 같은데, 그 말씀이 언제나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어지는 것은 그 분 못지않게 나 역시 내게 주어진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큰가 보다.   예전 세대와는 달리 현대는 모두들 바쁘게 움직인다고 하니 30대는 30km가 아니라 60km로 가고, 40대는 80km로 가고, 50대는 100km로 간다고들 한다. 연령대에 따라 가는 세월의 속도가 다른 것을 보니 체감온도가 저마다 다른 모양이다.   어릴 때는 그렇게 안 가던 그 시간들이 지금은 그렇게도 잘 가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부모님의 간섭에서 벗어나 내 생각대로 살아가고픈 날들에 있어서는 그 세월이 굼벵이처럼 움직이더니 이제는 자녀들을 키우느라 보내는 날들이 쏜 화살 같다.   2013년도를 갓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6월 초순도 다 지나가고 있다. 계획한 것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것들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떤 것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했으니 다음 해에 가서나 할는지 그것조차 장담하지 못하겠다.   시간이 많이 남은 줄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지고 있으니 ‘5분만 5분만’ 했던 것들이 하루가 되고, ‘다음에 다음에’ 했던 것들이 한 달이 되고, ‘해야지 해야지’ 했던 것들이 벌써 몇 달이 훌쩍 지나가버리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1월 달에는 10km로 가던 시간이 2월 달에는 20km로 가고 3월이 되니 30km로 가는 것 같더니 이번 달에는 60km 가고 있을 것인데, 어떻게든 가는 세월 앞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날들에 대한 계수함을 잘 배워서 지혜로운 마음을 얻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