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대로’

박정철 (2013-05-04 15:32)

‘너희가 나를 선생이라 또는 주라 하니 너희 말이 옳도다 내가 그러하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 13:13-15)   아이들은 말하는 대로 크는 것이 아니라 보는 대로 큰다고 한다. 어느 집사님이 어린 딸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가다 창문을 내리고는 휴지를 버리면서 “애들아, 휴지를 이렇게 버려서는 안 된다.”고 했단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서는 똑같이 휴지를 내다버리면서 한다는 말이 그러더란다. “아빠, 이렇게 휴지를 버려서는 안 되지요.” 웃고 넘길 이야기만은 아닐 성 싶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맞는 말이 없고 좋은 말이 없어서 어지럽고 혼탁한 것은 아니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말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 것이고, 설교나 강연이 넘쳐나고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우리 사는 이 세상이 홍수에 오히려 마실 물이 없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본을 보여주는 행함이 없는 것이 문제이겠다. 말과 혀로만 사랑한다고 하지 행함과 진실함이 없는 것이 문제이지 않겠는가. 제자들의 발을 씻김으로 본을 보이신 선생과 주로서의 예수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서가 아니겠는가.   어린이주일이다. 아이들이 올곧게 잘 자라는 것이 부모들의 큰 바람일진대 그렇다면 부모로서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요새 우리 아이들에게 비쳐지는 아빠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잔소리가 알게 모르게 많아진다는 것은 보여지는 삶이 빈약하다는 반증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말 한 마디에도 조심스러워진다.   축구 레슨장에 가서 보면 부모들이 레슨을 받고 있는 자기 자식들에 대해서 이렇쿵저렇쿵 말들이 많다. 어떨 땐 옆에 있기가 민망할 때도 있다. 자기 자식이 좀 더 잘 하기를 바라고 다른 아이들보다 돋보이기를 원하는 부모의 마음에서 하는 것이겠거니 하지만 도가 넘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러울 때도 있다.   그런데 보면 부모에 비해서 아이들의 반응은 그렇게 신통치 못하다는 것이다. 부모가 열이 내면서 소리치는 것과는 달리 아이들은 ‘그렇게 잘 하면 아빠가 해 보든지’라는 식의 별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한다. 이에 감독이 해 주는 말이 그렇다. “왜 저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시큰둥하게 듣는 줄 아십니까. 그것은 부모들이 말은 해도 실질적으로는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엄마들이 아기들의 백일사진 옆에다 남편의 어릴적 백일 사진을 꽂아두는 것을 많이 본다. 닮아도 닮아도 너무나 닮아서 그럴 것이다. 아이들은 닮아간다. 생긴 것도 말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조차도 너무나 많이 닮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더 두렵고 떨리는 삶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