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말에는 신경을 바짝 쓰면서도’

박정철 (2013-04-27 19:57)

‘유월절에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계시니 많은 사람이 그의 행하시는 표적을 보고 그의 이름을 믿었으나 예수는 그의 몸을 그들에게 의탁하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친히 모든 사람을 아심이요’(요 2:23,24)   우리 아이들에게서 보게 되는 것 중에 두드러진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자기들을 사람들이 어떻게 보느냐’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축구 훈련이 끝나고 나면 이렇게 묻는다. “오늘 누가 우리에 대해서 말한 사람 없어요.”   그럴 때 자기들에게 듣기에 좋은 말을 해 주면 자기들이 마치 메시나 호날두라도 된 양 좋아하다가도, 듣기에 불편하다 싶으면 변명을 늘여놓으면서 시무룩해진다. 사람에게 매이는 것이겠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었던 사울은 사람들을 많이 의식했다. 그는 너무나 사람들을 의식하느라 정작 하나님을 의식하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고 만다.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해서 빠져 있다 보니 ‘하나님께서 자기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까’에 대해서는 잊어버린 것입니다.   한 번은 선지자 사무엘이 하나님께 불순종한 자기를 책망하자 한다는 말이 그렇다. “내가 범죄하였을지라도 이제 청하옵나니 내 백성의 장로들 앞과 이스라엘 앞에서 나를 높이사…”(삼상 15:30) 그런 책망의 순간에서도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울을 보면서 오늘 나는 어느 누구를 바라보며 이 자리를 꾸려가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느라 하나님이 눈 밖에 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람들의 말에 매이느라 하나님의 말씀이 제한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도 바울은 ‘이제 내가 사람들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께 좋게 하랴 사람들에게 기쁨을 구하랴 내가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쁨을 구하였다면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니라’(갈 1:10) 하지 않았던가.   예수님 당시 종교인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사람들에게서 오는 인정과 용납을 얻기 위하여, 하나님을 향해 기도하고 금식하고 구제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들이었으니, 사람이 사람에게 매인다는 것이 이렇게 거짓과 속임수로 넘쳐날 수 있음이 자명하다 하겠다. 찰나의 영광을 취하게 하고는 파멸로 이끄는 악한 영의 궤계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사람에게 사람이 따를 때가 정말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살면서 더 크게 깨닫게 된다. 그런 순간에 자기는 지극히 작은 자 보다 못한 작은 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마치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냥 교만이 그를 잡아버리게 되는 것이다. 추운 봄날에 친히 사람들의 모든 것을 다 아시고 그들에게서 오는 영광과 비난에 의연하셨던 주님의 모습을 묵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