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아끼듯 사랑해야 할 것들

조영식 (2013-05-04 16:33)

엄마를 따라 산길을 가다가 무심코 솔잎을 한 움큼 뽑아 길에 뿌렸다 그러자 엄마가 갑자기 화난 목소리로 호승아 하고 나를 부르더니 내 머리카락을 힘껏 잡아당겼다 니는 누가 니 머리카락을 갑자기 뽑으면 안 아프겠나 말은 못하지만 이 소나무가 얼마나 아프겠노앞으로는 이런 나무들도 니 몸 아끼듯이 해라 예, 알았심더 나는 난생 처음 엄마한테 꾸중을 듣고 눈물이 글썽했다. 정호승 님의 ‘꾸중’ 현대인들은 도시의 편리와 풍요로운 삶에 취해 살지만, 화석처럼 굳어 가는 자신을 알지 못합니다. “엄마를 따라 산길을 가다가 무심코 솔잎을 한 웅큼 뽑아 길에 뿌린” 시인처럼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죄의식 없이 너무나 쉽게 자연을 파헤치고 없애 버립니다. 키우던 개를 길에 버리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학교 폭력에 시달려온 학생이 아까운 자신의 생명을 옥상에서 던졌습니다. 가해자들은 죄책감 없이 장난삼아 그런 못된 짓을 했을 것입니다. 화가 난 어머니가 어린 시인의 머리카락을 힘껏 잡아당기듯이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 사람들의 머리채를 잡고 혼내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탐욕과 무관심, 아무런 죄의식 없이 뽑아 버리고 베어버리고 파헤치는 것들을 보시고 야단을 치시는데, 문제는 아무리 야단을 쳐도 욕망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시인처럼 회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신 주님의 말씀은 “하나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입니다. 그런데 이웃사랑은 사람만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선한 이웃은 자연입니다. 하늘과 바람과 나무와 새들입니다. 이 선한 이웃들이 없으면 우리 사람은 한 순간도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오늘 시인의 어머니가 “앞으로는 이런 나무들도 니 몸 아끼듯이 해라”하신 것처럼, 우리 주님께서 우리에게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하시는 것입니다. 그 말씀을 듣고 “예, 알았심더”하고 큰 소리로 대답한 시인처럼 우리도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채희동 님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