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집에서’

박정철 (2013-05-11 21:53)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마 5:3-5)   지난 금요일 오전, 비가 내린다. 이에 무슨 큰 건수라도 잡은 양 아내를 꼬드겨 평소 알고 지내던 분이 장사를 하는 칼국수 집으로 향했다. 인사하고 들어서니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는지 시키지도 않은 파전을 두툼하게 구워서는 내놓는다.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기에 좋은 것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손님이라 해서 정성을 들여 아무런 대가 없이 선뜻 내놓는 그 마음씨가 너무나 고맙다. 사람들은 그러면서 더 깊은 정이 드는 모양이다. 먹으면서도 괜히 신이 난다.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하나님께 기도하니, 손님들이 더 오는 것 같아 그것도 큰 감사다.   파전과 국수를 먹고 있자니 옆 테이블에서 건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80세가 되신 아버지와 50세쯤 되어 보이는 딸이다. 둘이서 뭐가 그렇게 좋고 할 말이 많은지 시시콜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아버지가 이야기하면 딸이 맞장구를 쳐주고, 딸이 이야기를 하면 아버지가 거들어 준다. 참 다정다감하게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를 본다. ‘나도 저렇게 다정스러운가.’ ‘나도 우리 가족들에게 저렇게 다정스러운가’ ‘나도 나를 알고 지내던 이들에게 저렇게 다정스러운가’ ‘하나님 아버지께서도 나와 함께 시시콜콜 저렇게 말씀을 나누고 싶으실 것인데’라는 생각에, 내 필요한 이야기만 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 버리는 것에 하나님께서 많이 서운하셨을 것 같다.   비는 그치고 날씨가 갠다. 창문을 통해 바다를 보니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그 틈으로 바위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이 몇 그루 보인다. 예전 농목대회 때에 어느 시인이 했던 말이 어렴풋하게 생각이 난다. “바위가 소나무에게 같이 살자고 자기 자리를 갈라서 떡하니 내어주는 것이 참 넉넉해 보이고 좋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