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

문동수 (2012-10-23 19:18)

14“또 하늘나라는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자기 종들을 불러서, 자기의 재산을 그들에게 맡겼다. 15그는 각 사람의 능력에 따라, 한 사람에게는 다섯 달란트를 주고, 또 한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를 주고, 또 다른 한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주고 떠났다.(마25:14-15) 그리스 원문에는 또 “이와 같으니”라는 말밖에는 없다. 하늘나라가 생략 되었다. “이와 같으니”라는 종속 접속사 절은 1절의 하늘나라를 받는다. 그렇게 해서 표준새번역의 번역자는 “하늘나라는 이와 같다”고 친절하게 번역을 해 준다. “하늘나라는 이와 같다”, 세상(cosmos, 이 세상 지배질서)의 일이 아니다. 하늘나라의 일이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망각한다. 분명히 하늘나라의 일을 말하고 있는데, 세상일로 설명을 한다. 그러니,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형국이다.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자기 종들에게 그의 재산을 맡겼다. 세상의 재산이 아니다. 하늘나라의 재산이다. 원어로는 휘파르콘타(ὑπάρχοντα)이다. 이 말은 “~에게 속한 것”이라는 뜻이다. 나라(βασιλεία, 바실레이아)에 속한 것이고, 하늘에 속한 것이다. 절대 세상의 지배질서에 속한 것이 아니다. 이 사실을 잊으면, 이 비유의 전체를 뒤집어 버린다. 세 사람에게 각각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주었다. 한 달란트는 노동자의 15년 품삯이라고 하니, 실로 엄청난 액수다. 그러나 세상에서 보면 엄청난 것일지는 몰라도, 하늘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작은 단위가 한 달란트다. 영어의 탤런트(talent)는 달란트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래서인지, 달란트를 재주, 또는 재능이라고 설명을 한다. 천천만만의 말씀이다. 달란트와 탤런트는 오대양 육대주를 건너도 만날 수 없는 단어다. 하늘의 재산, 나라의 재산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나님의 사랑이시다’라고 한다면, 사랑이 재산이고, 달란트다. ‘하나님은 평화시다’라고 한다면, 평화가 재산이고 달란트다. 기실, 하늘나라에 사랑 말고 다른 무엇이 있는가? 달란트를 받았다는 말은 “사랑하는 능력”을 받은 것 외에 다름 아니다. 반면에 세상의 재산은 어떤 것들이 있나? 실제로 돈이 많고, 공부 잘하고, 공 잘차고, 그림 잘 그리고, 노래 잘하고, 등등이다. 이런 것들을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발 꿈 깼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은 여지없이 세상에서 오는 것이다. 혈통을 통해서 오고, 환경을 통해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재주와 재능은 하늘나라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바울은 더 심한 말을 한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방언으로 말을 할지라도, 내게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이나 요란한 꽹과리가 될 뿐입니다. 내가 예언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또 내가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내게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내 모든 재산을 나누어 줄지라도, 자랑스러운 일을 하려고 내 몸을 넘겨 줄지라도, 내게 사랑이 없으면, 내게는 아무런 이로움이 없습니다.”(고전13:1-3) 한국교회가 개독교라는 말을 듣는 것은 다름 아니다. 주객이 전도되었기 때문이다. 달란트의 자리를 탤런트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없고, 온통 성장지상주의 뿐이다. 사랑은 없고, 온통 말라비틀어진 교리 뿐이다. 사랑은 없고, 자기 잘났다는 놈들 밖에 없다. 더 하면, 깊은 산 속의 맑은 물을 찾아가 입을 헹궈야 하기 때문에 그만하자. 이제 제발 좀 정신 좀 차리자. 나부터 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