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녁과 바다, 그리고 감사’

박정철 (2012-10-20 19:59)

‘육체의 연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 미쁘다 이 말이여 모든 사람이 받을 만하도다’(딤전 4:8-9)   결실과 수확의 계절이다. 넓은 들녘에 황금물결로 넘쳐나던 벼들이 수확되고 있다. 농부들의 바쁜 손길을 그렇게 재촉하더니 어느 새 햅쌀로 밥상에 오르고 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농부들의 고마운 마음이 하나님께 헌물하면서 모든 성도들이 함께 모여 먹으면서 은혜를 나누는데 그 밥맛이 정말 기가 막힌다. 기름끼가 잘잘 흐르면서 식탁에 오르는데 김치만 있어도 두 어 그릇은 기본이다.   논에서만이 아니다. 요새 바다에서도 오징어잡이가 한창이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바다에 가로등을 켜 놓은 듯 밝다. 어두운 밤바다에 오징어배가 밝혀 놓은 불빛들로 장관을 이룬다. 며칠 새 바다의 불빛이 밝더니 바닷가마다 오징어들이 즐비하게 널려져 있고, 갓 잡아 올린 오징어로 만든 무침이 입맛을 당긴다.   논에서는 벼들이 수확되고 바다에서는 오징어가 쏟아져 나오니 그저 모든 것이 풍성하다. 이러한 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이 자리를 지켜가고 있는 이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일 것인데.   며칠 전 우리 아이들과 친구 규상이가 수렴 바닷가에 고기를 잡으러 갔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건만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고기 몇 마리를 잡아 올렸다. 손바닥보다도 훨씬 작은 고기들이건만 어찌나 좋아하던지. 흥분된 목소리로 매운탕을 끓여달라고 난리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손을 걷어 부치고 싱크대에 섰다. 그런데 내가 하는 것이 영 어설픈지 규상이가 자리를 잡고는 능숙한 솜씨로 비늘을 벗기면서 손질을 한다. 옆에서 물을 잡아 된장과 고추장을 한 수저씩 넣고 마늘 두 개를 빻아 넣었는데, 아이들은 기대와 흥분된 마음이 가시지를 않는 모양이다. 햇반에다가 매운탕을 끓여 밥상에 올리니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특별 새벽 기도회가 끝이 났다. 모두들 기도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큼직막한 말씀의 고기들이 있을 것인데 성령의 불에 푹 끓여서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 그 먹은 말씀으로 범사에 유익하여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는 복된 성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을 하늘 아래에서 들녘과 바다와 심령에 모든 것이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