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만한 사람’

박정철 (2015-05-02 11:41)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마 11:28-30)   화창한 봄 날씨다. 바닷바람도 시원하다. 5월 1일, 금요일, 노동자의 날을 맞아 오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양남솔밭과 바닷가를 찾아든다. 오전부터 북적이니 오후에는 미어지겠다.   모두들 쉴 수 있어서 좋은가보다. 두 손을 마주 잡고서는 바닷가를 거니는 연인들도 보인다. 몇 대의 낚싯대를 드리운 이들도 있고, 몽돌을 찾아 헤매는 이들도 있다. 엄마와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내달린다.   연세가 지긋하게 드신 몇 몇 노인 분들이 차에서 내리신다. 그러더니 옆에 있던 소나무를 툭 치는데 뿌연 송홧가루가 날린다. “야, 우리 어릴 때에는 송홧가루 참 많이 먹었는데 말이야.” 그러니 한 할머니가 받아서는, “떡에도 넣고 먹었잖아요.” 하신다. 좋은 날에 좋은 곳에서 지난날들을 회상하는 모습들이 좋아 보인다.   모여드는 이들을 보면서 나도 쉴 만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무런 부담 없이 텐트를 치고는 하룻밤을 묵고 갈 수 있는, 낚싯대를 드리워놓고는 먼 수평선만 하염없이 바라다보게 할 수 있는 쉴 만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많이 보면 닮아질까. 같이 있다 보면 닮아질까. 소나무와 같이 하면서 보고 있노라면 내가 소나무가 되고, 바다와 함께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바다가 될까. 산을 보면 산이 되고, 들녘과 함께 하면 들녘이 될까. 속으로만 좁아터진 내 모습이 영 못마땅할 때가 많은데, 누가 내게서 작은 쉼이나 누릴 수 있을까.   시간이 갈수록 소나무 그늘 아래로 텐트가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 텐트를 치느라 손길들이 분주하다. 그 주위로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 또한 요란하다. ‘그래, 아이들의 쉴 곳은 부모의 품이겠다.’ ‘아이들이 머물 곳은 부모의 그늘이겠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해먹을 쳐놓은 곳이 있다. 그 해먹에 누워서 몇 분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바쁜 삶에 찌든 저들이 하나 같이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푹 쉬다가 삶을 재충전해 각자의 자리로 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솔밭을 지나 사택으로 들어오는데, 교회당 꼭대기의 십자가가 눈에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