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無視) 당하십니까?

박정철 (2015-05-30 10:02)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그의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 내가 이미 그를 버렸노라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삼상 16:7)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공공도서관에 갔다. 사방 책꽂이마다 빽빽이 들어찬 수많은 책들 앞에서 절로 위압감이 느껴진다. 방대한 지식 앞에 선 미약한 자신의 모습을 절감하며 이리저리 한 권의 책을 찾아 헤맨다. ‘그래 그렇겠다.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을지라도 내 분야만큼은 어느 정도 알아가는 것,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내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추구해 가는 것.’ 그런 생각에 미치니 그나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읽을거리를 찾아 한 권을 책을 빼서 보니 눈에 꽂히는 한 문장이 있다. [무시(無視)라는 말은 한 자 한 자 뜯어서 보면 ‘보지 못한다’라는 말이 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으셨나요. 화가 나서 자기를 스스로 하찮게 여기시진 않나요. 혹은 분노감에 자신도 모르게 증오의 화살을 아무 곳으로나 날리지는 않나요. 무시당해서 그런다고요? 맞습니다. 그들은 단지 당신의 숨은 가치를 ‘보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오히려 당신이 무시당한다는 핑계로 더 큰 것을 ‘보지 못하는’ 본 뜻의 ‘무시(無視)’를 자신에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쓰여진 문장을 곱씹어보니 ‘무시한다’는 말이 무시당하는 당사자에게는 그렇게 나쁜 말이 아니겠다 싶다. ‘보지 못하여’ 무시하는 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존재나 가치를 눈여겨보지 않고, 알아주지를 못하는 이가 잘못된 것이겠다. 그러니 나를 무시한다고 해서, 내가 무시당한다고 해서 그렇게 힘들어하고 괴로워할 성질은 아니겠다.   요셉의 형들이 요셉의 꿈을 무시하지 않았던가. 그를 구덩이에 던져버리고, 은 20에 그를 팔아버리면서 “그의 꿈이 어떻게 되는지를 우리가 볼 것이니라” 하면서 비아냥거리지 않았던가 말이다.   다윗도 그렇다. 그의 가족들 역시 말째인 그를 어리다고 해서 무시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선지자 사무엘이 기름을 붓기 위해서 이새의 집에 이르렀을 때에 다윗은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아버지의 양을 치는 곳에 혼자서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보지 못하여 무시하는 그를 무시하지 않으시면서 형제들보다 높여 기름 부음을 받게 하심으로 그를 왕의 자리에 앉게 하신 것이다.      도서관 한 자리에서 혹 나도 그 어떤 누군가의 외모를 보면서 ‘어리다고’ ‘늙었다고’ ‘여자라고’ ‘못 배웠다고’ ‘……’ 무시했던 어리석음이 없었는지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