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참 좋습니다.

박정철 (2015-05-22 22:59)

‘그 어린 양이 나아와서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손에서 두루마리를 취하시니라 그 두루마리를 취하시매 네 생물과 이십 사 장로들이 그 어린 양 앞에 엎드려 각각 거문고와 향이 가득한 금 대접을 가졌으니 이 향은 성도들의 기도의 향이라’(계 5:7,8)   산길을 가다보니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있다. 진한 향이 진동을 한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카시아 향이 천지에 뻗치더니 이제는 그 자리를 찔레꽃이 대신하고 있다. 모세와 여호수아처럼, 엘리야와 엘리사처럼 자기들에게 주어진 그 자리를 저마다 충실하게 지켜가고 있다. 그 찔레꽃 향을 흠뻑 맡으며 무뎌진 심령을 산뜻하게 깨워가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금요일 오전이면 짓눌러오는 무거운 짐이 있다. 바로 주보에 실을 글을 쓰는 작업이다. ‘또 이번 주에는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면서 몇 번씩이나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거리기 일쑤다. 성령의 도움을 구하며 자리에 앉아 몇 번에 걸쳐 기도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스쳐가는 생각들이 있다.   바로 그 생각들을 잡으면서 이 글을 써가게 되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그 과정을 밟고 있다. 선물로 받은 티백 커피 한 잔을 마셔가며 생각과 기도를 이어가는 순간에 커피 향이 내 온 몸을 감싸고도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 향으로 하자.’ ‘그 커피 향처럼 향기 나는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줄기를 잡자.’   그러면서 생각주머니에다가 이것저것 주섬주섬 담는다. 그러다보니 며칠 전에 맡아 두었던 찔레꽃 향기도 나비처럼 찾아오고,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금 대접에 쌓인 성도들의 기도의 향에 대한 말씀도 벌처럼 찾아든다. 새벽마다 평생을 두고 그 시간과 그 자리를 지키며 온 정성을 쏟아내는 성도들 의 기도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민족과 교회와 이웃과 가정을 위해, 한 영혼 한 영혼을 위해 기도해가는 그 시간이 바로 내 자신이 사는 길임을 알아 한 시간도 소홀히 하지 않는 저들의 마음 귀하게 찾아든다.   하나님께서 성도들의 그 기도의 향으로 얼마나 기뻐하실까. 이 마지막 때에 당신을 믿는 자로 불의한 재판관을 향한 원한 맺힌 부르짖음으로 하늘 아버지께 뿜어내는 그 기도의 향에 하나님께서 취하시지나 않으실까. 그 기도의 촉수가 미치는 곳에 생명 살림의 놀라운 은혜의 역사를 허락해 주시지 않으실까.   이미 식어 버린 커피의 마지막 한 모금을 마저 마신다. 오늘도 금요일의 무거운 짐을 벗겨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